2017/12/29 09:35
‘상위 계층-극우-조중동’ 이라는 도식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도식은 이미 깨졌고 더 깨지고 있다. 리버럴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즐겨 묘사되듯) 단지 정권만 잡은 게 아니라, 시대의 대세다. 중앙일보와 JTBC의 이념적 균열은 그 한 상징적 사례다. 홍석현과 홍정도가 다르듯, 상위 계층의 장년 세대는 여전히 조선일보를 신봉하지만 자식들은 스레드밀을 타며 손석희뉴스를 본다. 리버럴은 대세다. 리버럴이 대세라는 건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상식과 합리성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간다는 의미, 그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한국식 자본주의가 상식과 합리성으로 포장된다는 의미.
2017/12/29 09:35 2017/12/29 09:35
2017/12/28 19:14
귀가 예민해서 음악을 들을 때 음질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그러나 오디오 기기로 음질을 추구하는 건 돈도 돈이려니와, 설사 돈이 충분히 있다 해도 그런 추구가 내포하는 인간적 불행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주 상태가 아니어도 일정한 음질을 확보하는 것 또한 나에겐 중요하다. 그런 조건들을 무난하게 해결하는 건 역시 랩탑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내 경우는 맥북프로에 플레이어로 오디르바나와 무손실 파일이 든 외장하드 두 개, 출력은 작업실에선 아담의 소형 모니터 스피커를 사용하고 밖에선 젠하이저와 웨스턴랩스의 인이어 이어폰(헤드폰은 갑갑해서 사용할 수 없다)을 사용한다. 출력기의 조건은 소스를 되도록 착색 없이, 현악기와 교향곡을 제대로 울리면서 하드록 역시 이상하지 않게 울려주기, 정도인데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맥북과 출력기를 연결하는 DAC는 오디오퀘스트의 드래곤플라이다. 작고 간편하면서도 성능이 뻬어나서 5년 넘게 사용해왔다. 최신 모델은 더 고음질 파일을 커버하지만 요즘은 외장하드 챙기는 것도 귀찮아져 애플뮤직 스트리밍을 주로 이용하는 터라 굳이 바꿀 이유는 없다. 원래 검은색 고무 코팅 같은 게 되어 있는데 조금씩 벗겨져서 영 흉해졌다. 칠을 다시 할까 하다가 며칠 전 갑작스러운 장난기에 기대어 주방용 철수세미로 싹 벗겨버렸다. 그런데 새 것일 때보다 오히려 더 근사해졌다. 머리통 속 낡은 관념이나 관습화한 의식을 벗겨내는 철수세미가 있다면 좋겠구나, 문득 생각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꼭 이런 생각을 이어붙이는 모종의 강박 또한.
2017/12/28 19:14 2017/12/28 19:14
2017/12/28 16:02
한국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절대적이며 재벌 개혁 없이는 한국경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요는 그 개혁이라는 것이 뭐냐, 다. ‘재벌 개혁론자’라 알려진 장하성이나 김상조 같은 이들은 제대로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라고 한다. 국가를 쥐고 흔드는 재벌의 독점성을 시장주의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은 조금만 생각해도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총수 하나를 잠시 법정에 세운다거나 총수 일가의 윤리 문제를 논하는 것, 불법/탈법 비판 등도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데 좀더 기여한다. 재벌 개혁은 소유 구조와 경영 방식에까지 들어갈 때 비로소 시작된다. 원론적으로 기업의 사회화/국유화는 구좌파의 교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재벌은 일반적 의미에서 기업이 아니다.

첫째, 한국 재벌은 그 형성과 성장 과정으로 볼 때 총수 가족의 사유물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 일군 기업을 총수 일가가 탈취하여 사유화한 것이라 봐야 한다. 총수(1세)라는 사람들은 박정희 정권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국부를 늘리기 위한 수출 위주 대기업 정책에서 일종의 실무 관리자 노릇을 한 사람들이다. 대기업의 실 내용을 채운 건 물론 총수가 아니라 그런 경제 정책이 모두를 잘 살게 할 거라는 선전 아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한 국민이다. 그런데 군사 파시즘이 물러나고 민주화와 신자유주의가 열리면서 재벌은 총수 일가의 사유물이 되어 버렸다. 그 이후 모든 논의는 재벌이 총수 일가의 사유물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에 대고 왜 편법 상속을 하는가 왜 불법/탈법을 일삼는가 따지는 건 삼성이나 현대가 총수 일가의 것임을 전제한다. 먼저 삼성이나 현대가 왜 너희의 것이냐 따져 묻는 게 맞다.
둘째, 현재 재벌은 물론 30대 기업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말하자면 재벌은 이미 실제적으로 국유화 상태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재벌이 총수 일가의 사유물일 수 있는 이유는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라 재벌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 노릇을 하면 재벌은 국민의 것이 된다. 재벌의 막대한 이윤과 자산은 바로 그 재벌을 몸으로 일군 국민의 것이다. 한국 재벌의 ‘사회화’는 좌파의 교의와 무관하게, 합리적 사고와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반드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2017/12/28 16:02 2017/12/28 16:02
2017/12/26 17:49
점집과 역술원이 성업 중이라 한다. 왜 안그렇겠는가. 불안하고 앞이 안보이고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시절일수록 그런 데 의지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왜 동반 현상이라 할 사이비 종교는 뜸할까. 기성 종교 때문이다. 기성 종교(물론 특히 보수 개신교)가 사이비 종교의 역할을 이미 하고 있으니 정작 사이비 종교가 발붙일 구석이 없다. 한국 보수 개신교는 사이비의 사이비인 셈이다.
2017/12/26 17:49 2017/12/26 17:49
2017/12/25 10:50
극한 지역에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기에 볼까 말까 앞머리를 살피는데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고립감과 고요함을 좋아합니다.’ 히야, 신음처럼 감탄사를 내뱉으며 빠져든다. 고립은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상태다. 인간은 철저히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발적 고립의 순간에 비로소 자신과, 제 안에 숨겨진 신적 측면과 대화한다. 연대와 숭고가 시작된다. 예수는 내내 보여주었다.
2017/12/25 10:50 2017/12/25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