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4 15:49
어린아이는 땅이나 건물이 ‘사적 소유’되어 있다는 걸 상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필요에 의해 사용되거나 공유된다고 생각한다. 땅이나 건물의 사유가 당연하다는 관념은 실은 ‘교육’되는 것이다. 이번 고그토론의 주제는 ‘힘센 건물주’다. 건물주가 힘이 센 건 당연하다는 견해와 이상하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건물주에 대한 토론은 결국 ‘자유 시장’ 원리에 대한 철학적 토론이 되었다. 어른들은 이런 깊이의 토론이 어렵다. 그들에겐 사유 재산과 자유 시장 원리가 이미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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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되면 쉽게,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어. 그래서 유명한 연예인도 건물을 사. 많은 사람이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해. 건물주 되는 게임이 유행할 정도야.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힘이 센 건 당연해.
건물주가 아닌 사람이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야. 만약 자기가 건물주라면, 더 많은 힘을 달라고 할 게 뻔해.
임대료를 올려도 그만큼 내고 거기서 장사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왜 올리면 안 돼?
자기 돈으로 건물을 짓거나 사서 임대료를 받는 건데, 뭐가 나빠? 법을 어긴 것도 아니잖아.

vs.

집이나 가게는 사람이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거야. 그런데 임대료가 너무 비싸면 사람들이 어떻게 살겠어? 건물주의 욕심을 채워주는 게 정답은 아니야.
은행 돈을 빌려서 건물을 샀다면, 그건 온전히 그 건물주 것이 아닌데, 왜 건물주가 건물에서 나오는 이익을 다 가져?
건물주에게 더 유리한 법도 문제야. 임대료가 올라서 장사를 할 수가 없잖아. 월급은 안 오르는데, 전・월세와 임대료는 엄청 빨리 올라. 이런 걸 법으로 막아줘야 해.
어떤 가게가 잘되고 그 동네에 사람이 몰려드는 건, 가게를 잘 운영한 가게 주인이 노력한 결과야. 그걸 건물주가 빼앗으면 안 돼.
2019/02/14 15:49 2019/02/14 15:49
2019/02/08 09:34
자유는 고독과 깊은 관련이 있고
신념은 허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자유는 법적 형식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자율적 개인이 누리는 고유한 권리다. 자율적 개인은 노동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고독의 힘이다. 외로워할 줄만 아는 자유인은 노예다. 고독할 줄 아는 노예는 이미 자유인이다. 신념은 일상의 작은 것들이 갖는 의미와 거대한 사회구조의 변혁이 하나인 사람에게서 지속된다. 그는 끝없이 교차하는 허무에 기꺼이 시달리는 사람이다.
2019/02/08 09:34 2019/02/08 09:34
2019/02/01 18:13
김경수가 유죄라고 생각하면서 유죄 판결에 대해선 이런저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자율적 시민이 아니라 정치 브로커에 가깝다.(안희정의 유죄 판결에 대해 그러는 경우는 아예 사람 취급을 말자.) 자율적 시민은 제가 속한 진영의 이념과 철학을 따르지만, 정치 브로커는 제가 속한 진영의 이해관계만 따른다. ‘정치 브로커가 되어버린 시민들’은 입버릇처럼 적폐청산을 외친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정치의 가장 심각한 적폐로 부상하고 있다.
2019/02/01 18:13 2019/02/01 18:13
2019/01/25 12:42
부유하지 않고 권력이 없다는 사실이 불의한 시스템의 억울한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건 아니다. 시스템은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소수가 아니라 부유하지도 않고 권력도 없는 다수의 가담자 덕에 유지된다.
2019/01/25 12:42 2019/01/25 12:42
2019/01/23 16:40
자본주의를 흔히 ‘시장 경제’ 시스템이라고도 하는데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도 시장은 있었다. 유독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라 부르는 건 시장이 전면화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인간 노동력을 포함, 거의 모든 것들이 상품으로 교환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부는 아니다. 자본주의 하에서도 인간은 (뚜렷하게 의식은 않더라도) ‘상품이 되어선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있다. 믿음은 사회적 힘을 이루면서 어떤 것들의 상품화를 막아낸다. 예컨대 교육의 의미를 고민하고 인문학과 예술의 정체와 역할을 토론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건 그 사회에서 그것들이 완전히 상품화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사회의 또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들은 이미 상품이다. 그들은 교육을 ‘인적 자원’의 차원으로 인문학과 예술을 ‘문화산업’으로 이해한다. 한 사회가 살 만한가는 그런 상황의 정도, 상품이 되어선 안 되는 것들이 얼마나 상품화되어있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절대빈곤 상태가 아니어도 상품화 정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사회가 된다. 상품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도 그렇다. 한국은 구제금융 사태 이후 20년간 상품화의 정도와 속도에서 유례없는 사회였다. 지옥일 수밖에.
2019/01/23 16:40 2019/01/23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