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5 23:39
예수전 강의는 네 번으로 일단 마무리했는데 그 가운데 좀 더 심화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 스물 몇이 연구반을 만든 게 지난해 말이다. 그들은 이제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들을 보며 나는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들입니까?” 반문하던 예수를 떠올린다. 언제 그들을 한명씩(그들 삶에서 일어난 이적을 한 편씩) 소개할 생각이다. 스승의 날이라고 그 몇이 편지를 보내왔다. 그 가운데 '리사 엄마'의 편지.



오늘이 스승의 날이에요. 스승의 날 이렇게 선생님을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여러모로 죄송스러워요. 선생님께 예수전을 듣고 이 늦은 나이에 저에게도 꿈이 생겨서 참 행복합니다.
연구반 마칠 때마다 선생님께서 “오늘 배운 이것이 각자의 삶 속에서 더욱 풍성하게 해석되고 적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제 삶의 현장 속에서 그리 하려니 가슴은 두근두근 설레면서 겁도 나고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절망하는 것보다는 제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전 연구반의 타이밍이 제가 리사를 공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여보내기 직전이라 저에게는 더더욱 신선놀음으로 들리지 않고 당면한 현실문제의 유일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배우는 것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현실이 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겠지요. 다만 자기위안이 될 수도 있고... 저는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리사가 그렇게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내는 건 절대 수수방관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리사. “엄마, 우리는 언제 이사 가?”(집이 작아서도 그렇겠지만 제 그림을 벽에 도배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자신이 보기에도 영 지저분해 보인 모양입니다.) “엄마, 우리는 왜 까만 차 안 사?” 라고 묻는 이 아이는 도무지 뼛속부터 자본주의 소녀인지라(벌써!) 걱정입니다.
제가 사는 동작구 대방동에서도 학구열 높은 엄마들은 벌써 강남이나 목동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것은 계속 현재진행형이지요. 리사 친구네도 지난 가을 이곳의 아파트를 세주고 서초동에 전세를 얻어 이사를 가더군요. 그렇게까지 교육에 적극적인 엄마들은 제가 보기에 무슨 말을 해도 안(못) 들을 것 같습니다. 이미 깊숙이 발을 담갔으니..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그것은 결국 그들의 선택이지요.
저희 동네 엄마들은 그렇게까지 극성이어 보이진 않더군요. 그래도 남들 과외 시키는 거 다 시키는 것 같긴 하지만요. 전, 우리 동네 정도의 엄마들에게 희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강남으로 이사 못 갈 것도 없지만 그래도 안 가기로 결정한) 비 강남지역에는 이런 분위기의 동네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지역 학부모들이 두루 적용해볼만한 커리큘럼이 있다면, 여기저기서 그런 운동이 조금씩 확산되다보면,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 가구 아이들이 학원을 안 가면.. 스무 가구 아이들이 학원을 안 간다면.. 50 가구, 100가구 아이들이 학원에 안 다니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아이들은 저 미친 기관사가 운전하는 기차에 타지 못해 안달(불행)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이것이 현실이 된다고(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라, 요 근래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 제 꿈에 날개를 달아준 선생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2007/05/15 23:39 2007/05/1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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