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7 11:53
양산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오랜 만에 김현식 추모앨범을 듣는다. 들을 때마다 다가오는 곡들이 다르고 그 변화의 이유를 조용히 삭여보곤 한다. 늘 귀기울여 듣지 않던 윤종신이나 조성모도 조금은 새롭게 들리는데 엄인호 김동환 한영애 권인하 정경화가 함께 부른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가 유독 가슴에 들어온다. 잔잔히 비가 내리고 얼마간 색이 바란 충청북도의 산들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일까. ‘순박하고 촌스러운 사람들의 영웅’ 김일 선생이 돌아갔다는 소식 때문일까. 의자를 뒤로 제키며 비스듬히 중얼거린다. “한 시절이 저무는구나.” (26일 14시 36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는 엄인호 씨가 만든 곡이다. 추모앨범을 내며 세종문회회관에서 열렸던 콘서트에서, 그는 이미 만취해있었다. 다른 사람 순서에 무대 뒤를 횡단하는가 하면, 연주를 틀려서 다시 들어가며 연신 킬킬거렸다. “이런 거창한 무대는 영 체질에 안 맞아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취했군.”이라 하자 그가 쓸쓸히 대꾸했다. “응, 언제나 그렇듯이..” 엄인호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추모식장엔 추모식에 참석하는 사람과 추모하는 사람과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 삶엔 만취만이 적절한 순간이 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어느 날 문득 혼자 됐을 때 나는 너를 떠올리고 있었어
잊혀진 기억 더듬어서 지난 시절을 생각해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나는 너를 이해할 것 같았어
지금쯤 너도 내 생각에 낯선 길을 헤매일 거야
그대의 아름다운 사랑얘기는 조금은 잊혀졌지만
하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남아있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우린 서로 후회할거야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그게 사랑인줄 알았어
2006/10/27 11:53 2006/10/27 11:53

트랙백 주소 :: http://gyuhang.net/trackback/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