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6 02:06
우리 학교는 학생이 갑자기 두 배로 늘었어요. 이웃 아파트단지를 헐고 새로 짓는데요. 그 단지 학교에서 온 아이들 중에 아주 못된 남자아이들이 있어요. 함께 몰려다니며 못된 짓을 하는데 특히 사람들 많은 데서 저를 ‘태권돼지’라고 크게 부르며 놀려요. 제가 우리 학교에서 태권도를 제일 잘하거든요. 그런데 덩치가 좀 크다고 ‘태권돼지’라는 거예요. 관장님은 "태권도는 싸움질하려고 배우는 게 아니다."라고 하셔서 참긴 하지만 어떨 땐 마구 때려 주고 싶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못된 아이들인데 때려 주면 안 되나요? 이은성(6학년, 여자)

자기는 심각한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일이 있어. 그럴 때 사람은 더 많이 괴롭지. 은성이가 겪고 있는 일도 그런 것 같아. 그 남자아이들이 그 별명을 부르며 놀려도 다른 아이들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 웃고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이 있을 지도 몰라. 그래서 더 창피하고 힘들지? 그냥 태권도로 본때를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거야.
그래도 관장님 말씀을 듣고 참고 있다니 은성인 참 대단한 걸. 그래, 관장님 말씀이 맞아. 태권도는 ‘싸움질’을 하려고 배우는 게 아니지. 그런데 말이야. 관장님이 말씀하신 ‘싸움질’은 ‘싸움’하곤 조금 달라. 물론 싸움질도 싸움이긴 하지만 아주 나쁜 싸움을 뜻해. 정당한 이유도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싸움 말이야.
은성이는 정의로운 싸움도 있다는 걸 알지?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당을 혼내 주는 싸움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싸움 말이야. 실제로 그런 싸움을 본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같은 데서 그런 싸움을 보면 저절로 응원을 하게 되고 정말 흥분되잖아? 관장님도 그런 싸움까지 싸움질이라고 하시는 건 아닐 거야.
은성이가 하고 싶어 하는 싸움은 싸움질일까, 정의로운 싸움일까? 그 남자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못된 짓을 한다고 했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해. 사람이란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본능이 있거든. 자기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나쁜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야. 은성이는 그 남자 아이들이 때려 주고 싶을 정도로 미우니까 그 남자 아이들이 하는 짓은 뭐든 미워 보일 수도 있잖아.
혹시 삼촌 말이 은성이한테 서운하게 들릴지도 몰라. 하지만 삼촌은 ‘싸움은 무작정 나쁘다.’거나 ‘절대 그 아이들을 때려 주면 안 된다.’고 말하진 않을게. 삼촌은 은성이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해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순 없다고 생각해. 싸움을 하는가 안 하는가 보다는 싸움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또 책임감을 갖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른들 중에서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게.
삼촌은 은성이가 되도록 싸우질 안길 바래. 하지만 만일 싸울 수밖에 없다면 은성이의 싸움이 정의로운 싸움이었으면 좋겠어. 정의로운 싸움의 조건을 알아? 첫째, 싸움을 하려는 상대가 힘으로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가? 둘째, 그 싸움이 여러 착한 사람들에게 고루 도움이 되는가? 셋째,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빠짐없이 사용했는가? 자, 그럼 마지막 결정은 은성이가 해. 힘 내, 태권낭자! ^ ^ (고래 37호)
2006/10/26 02:06 2006/10/2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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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아멜리에식 복수극 - step1. Dec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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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움과 싸움질' ...정의로운 싸움의 조건을 알아? 첫째, 싸움을 하려는 상대가 힘으로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가? 둘째, 그 싸움이 여러 착한 사람들에게 고루 도움이 되는가? 셋째, 평화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