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3 10:24
(추석 연휴 끝 무렵 뒤늦게 다빈치코드를 봤다. 하도 물어오는 사람이 많았던 작품이라 몇 자 적어본다.)

다빈치코드를 둘러싼 기독교와 반기독교 세력의 심각하고 요란한 싸움의 핵심은 사움의 내용이 아니라 싸움 자체에 있다. 문제는 ‘예수가 마리아와 아이를 낳았는가’가 아니라 ‘예수가 마리아와 아이를 낳았는가를 예수의 신성을 가르는 근거로 삼는 것’이다. 싸움은 이미 예수의 어머니에게서 시작되었다. 기독교 교리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동정녀(숫처녀)다. 물론 오늘 성숙한 사람들에게 마리아의 처녀성 여부는 예수에 대한 존경이나 신앙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마리아가 설사 ‘성노동자’였다 해도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개인’이라는 개념이 없고 성(은 불결하며)과 여성(은 인간이 아닌)에 대한 사고방식이 전혀 달랐던 고대 기독교인들에게 마리아의 처녀성은 자못 심각한 문제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이 자신들과 같은 방법(삽입성교!)로 태어났다는 걸 인정할 능력이 없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그들은 소망을 순진하게 드러낸 것이다. 마치 “우리 선생님은 절대 똥을 누지 않아”라고 우기는 아이처럼 말이다. 그 아이를 붙들고 ‘왜 거짓말을 하는 거냐’라고 따진다면 얼마나 우스운가. 그런데 다빈치코드를 둘러싼 싸움은 바로 그 선생이 똥을 누는가를 근거로 그 선생의 가치를 가르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개똥같은 싸움인가.
2006/10/13 10:24 2006/10/13 10:24

트랙백 주소 :: http://gyuhang.net/trackback/874

  1. Subject:

    Tracked from 좁은 길, 낮은 마음 2006/10/15 01:46  삭제

    똥(추석 연휴 끝 무렵 전주에서 혼자 올라오며 다빈치코드를 봤다. 하도 물어오는 사람이 많았던 작품이라 뒤늦게 몇 자 적어본다.) 다빈치코드를 둘러싼 기독교와 반기독교 세력의 심각하고 ?

  2. Subject: 야호~

    Tracked from 큐투츠파 살아남기 2006/10/17 01:11  삭제

    똥(추석 연휴 끝 무렵 뒤늦게 다빈치코드를 봤다. 하도 물어오는 사람이 많았던 작품이라 몇 자 적어본다.) 다빈치코드를 둘러싼 기독교와 반기독교 세력의 심각하고 요란한 싸움의 핵심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