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7 21:36
김단이 3학년이던 어느 날, 김건이 폐렴에 걸려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데 김단의 급우에게서 김단이 시험 시간에 부정 행위를 해서 벌을 받고 잇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갸우뚱했다. ‘내 새끼가 그럴 리가 없다’는 아비의 마음이 아니라 아무래도 김단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단도 물론 결점이 있는 아이지만 거짓말은 그의 종목이 아니었다.
저녁에 김단 방에 가서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김단은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빠, 잘못했어요”하며 눈물을 보였다. 나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잘못했다면 뭘 잘못했는지 이야기해볼까?” 나는 김단을 달래가며 차근차근 사실 관계를 짚어갔다. 그리고 김단이 누명을 썼다는 것, 화가 난 교사에게 주눅이 들어 제 결백을 주장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도감을 품고 나는 짐짓 정색을 하며 말했다.
“단이가 잘못한 게 아니었구나. 하지만 단지 곤란한 순간을 넘기기 위해 도둑 취급을 받은 건 잘못이야. 아빠도 오해나 성급한 마음에서 너를 잘못 야단쳤다는 걸 알게 되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너에게 사과하지? 네가 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누가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겠어?”
하지만 열 살이라는 나이는 제 명예를 제 힘으로 지키기엔 어린 나이다. 이제 그 아이의 아비가 그 아이가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남았음을 되새기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무슨 일만 있으면 교장에게 전화하고 교육청에 달려가는 우악스런 사람도 있지만, 대개의 학부모란 제 아이를 볼모로 잡힌 처지라 교사와 상대를 하려면 어딘가 덜 당당해지기 마련이다. 김단의 담임이 어떤 사람인지,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한 사람인지, 혹시 막되어먹은 사람이라면 소통의 과정에서 김단이 상처를 받을 텐데...
나는 김단에게 담임선생이 써오라고 한 반성문을 버리고 사실에 근거하여 다시 반성문을 써보자고 했다. 김단은 “선생님한테 혼날 텐데” 불안해했다. “아무리 겁이 나도 네가 한 짓이 아닌 일로 누명을 써선 안 돼.” 그리고 애써 미소지으며 말했다. “김단. 어떤 경우에도 아빠가 너를 지킬 거야, 걱정하지 마.” 그제서야 김단은 활짝 웃었다. 김단이 새로 쓴 반성문.

“2교시에 수행평가를 보다 한 문제 답의 글자를 좀 이상하게 써서 지우개로 지우다가 평가지가 찢어졌다. 나는 선생님께 야단 맞을까봐 앞 자리의 서희에게 테이프를 빌려달라고 했다. 평가를 보는 중에 내가 서희랑 말을 한 것을 보시고 선생님께서 둘이 나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서희랑 같이 선생님께 갔다. 수행평가지를 내고 손을 들고 서있었다. 몇분 후 선생님께서 들어가라고 하셔서 들어갔다. 선생님께서 지운 답은 틀린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내가 알고 있는 답을 글자가 이상해서 지운 것이고, 시험 시간에 말을 걸긴 했지만 남의 답을 베껴쓴 건 아니기 때문에 답을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 평가지를 채점한 서희는 그 답이 틀렸다고 했지만, 나는 다시 맞은 것으로 고쳐서 선생님께 가지고 나갔다. 선생님께서 틀린 것을 맞은 것으로 고쳤다고 야단치셨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화를 내실 거라곤 생각 못했기 때문에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생님께서 왜 그랬냐고 계속 야단을 치셨을 때 겁이 난 나는 “덤벙대다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음부턴 평가를 보는 중에 말을 걸지 않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시사저널)
2006/04/27 21:36 2006/04/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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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인질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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