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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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강연 요청을 하면 대개 응하는 편이다. 학생들은 아직은 태도가 정직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나이가 갈수록 벌어져서인지 그들을 만나면 갈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며칠 전 한양대에서나 어제 상지대 한의대 강연에서처럼 1학년 학생들의 질문들을 듣노라면 마치 꽃다발을 품에 안는 것 같다. 수줍고 어눌하지만 그 질문 속엔 문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 어제 한 1학년 학생은 물었다. “선생님은 지금 추구하시는 게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좌파이기 때문에 옳기 때문에 하시는 건가요?” 나는 답변을 하기 전에 “피하고 싶은 질문”이라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런 비수 같은 질문이 가능한 건 그들의 지식이 아니라 그들의 ‘아직은’ 정직한 마음 때문이다. 물론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이가 들고 이른바 사회적 지위가 높아갈수록 반대가 된다. 이제껏 해본 강연 가운데 가장 불쾌했던 기억은 오래 전 한 공중파 텔레비전의 피디들 강연. 겉으로 큰 문제는 없었는데 그들에겐 세상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태도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건 주요 일간지의 기자나 공중파의 기자와 시사쪽 피디들의 일반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른바 주류 사회 핵심부의 고급 정보에 접근해있기 때문에 자신이 세상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깊이 빠져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알량한 힘으로 ‘조질 것’을 고르다보면 완장을 찬 무뢰한처럼 빠르게 자의식이 파괴되어 간다. 고급정보가 세상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이지 않다는 건 시절을 조금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박정희의 말과 행동을 지근거리에서 보던 기자들은 박정희 세상의 정체를 파악했던가? 오히려 더 현혹되었을 뿐이다. 세상을 파악하는 데 정보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고급정보라면 더 좋다. 그러나 제아무리 고급정보를 갖고 있어도 제대로 된 눈이 없다면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다. 오히려 아무 것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다 파악하고 있다고 착각하기에 더 무지몽매한 상태가 된다. 세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건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제대로 된 눈, 즉 교양이다. 교양이 있다면, 독방에 갇혀서 몇 해 동안 면회와 독서가 금지되어도 세상의 정체를 훤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양을 잃은 사람은 주류 사회의 핵심부에 접근할수록 오히려 더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된다. 예의 기자나 피디들이 그렇고, 유시민 같은 이를 보면 더 분명히 그렇다. 물론 교양은 지식의 축적과는 아무런 상관없으며 세상을 보는 정직한 태도에 기반하는 것이다. (상지대 학생들이 준 꽃다발.)
2006/03/28 13:42 2006/03/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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