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7 12:45
“한국의 등살에 못이겨, 도망치듯 뉴질랜드의 조그만 시골 도시로 와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보내 온 편지에서.


'고래가 그랬어' 1-24권 세트 주문해서 며칠 전에 받았습니다. 배송료까지 더하면 저나 같이 사는 파트너(결혼은 아직 안 했습니다)에게는 '엄청난' 지출이었지만 이상하리마치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몇 권은 전에 친구한테 받아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받으니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들처럼 한동안은 걱정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규항님의 블로그와 단행본으로 다시 만나는 규항님의 글들이 반갑고 많은 용기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규항님의 글들을 보고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트너와 자뭇 심각하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는 둘 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나저나 이곳은 아이들이 크기엔 정말 좋은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은 인간이 인간처럼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전기가 모자라니까 절전하라고는 얘기하지만 핵발전소는 짓지 않는 다고 할 때, 허물어져가는 집에 살면서도 취미는 요트타는 거라고 할 때, 큰 수술하면서 돈 걱정 안 할 때, 학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급되는 학생들이 젊은 애들하고 재미있게 토론하고 공부할 때.. 이곳이 자동차나 가전제품도 못 만들고 양이 뉴질랜드 인구의 곱절보다 많은 나라고 우리나라보다 인터넷이 빠르지 않지만 이런게 이들이 사는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들의 삶에 대한 낙관과 여유가 부러웠습니다.
이곳으로 한국아이들이 전학 오기만 하면 단숨에 전교 1등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개 버릇 남 주겠습니까. 여기 와서도 한국에서 살던 삶의 방식들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한국사람들하고만 만나고 (물론 그 중심에는 항상 교회가 있습니다) 여긴 너무 심심하다고 불평들을 하지요.
2005/10/27 12:45 2005/10/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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