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6 17:22
어제 자전거를 타고 숲을 달리다 다시 날았다. 신도시 개발 공사(빌어먹을 개발!)로 파헤쳐 놓은 곳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영식이 자전거를 선태에게 빌려주러 가던 길이라 슬리퍼에 아무런 안전장구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정도 사고는 세 번째인데 날고 떨어지고 미끌어지는 세 단계의 과정이 일단 끝나면 본능적으로 사지를 차례로 움직여 부러진 데가 없는지 확인하게 된다. 다행히 부러진 데는 없지만 오른쪽 몸이, 팔부터 겨드랑이 가슴까지 모조리 까지고 패였다. 무릎과 골반과 머리통도 조금씩. 이 꼴로 가면 선태가 놀라겠기에 질질 자전거를 끌고 상가 화장실에 들어가 대강 상처를 씻어냈다. 선태는 갈수록 배가 나오는데 운동이은 눈곱만큼도 안하면서 늘 “운동해야 하는데, 하는데..” 한다. 해서 진작부터 자전거를 탈 것을 강권해왔고 오늘 그 첫 시간인 것이다. 몸을 씻고 옷을 털고 돌아간 자전거 핸들을 돌려 맞춘 다음 선태와 교하 숲으로 갔다. 오른팔에선 피가 흘러내리는데 선태가 알아챌 새라 왼쪽 몸만을 선태에게 향한 채 기초 교육을 시작한다. 안장 높이는 페달이 가장 멀리 있을 때 무릎이 약간 구부러지는 정도가 좋다, 기어 변속은 특별히 고속이거나 저속이 아니라면 앞쪽은 중간에 놓고 뒷 기어만 변속하는 게 좋다, 내리막에선 엉덩이를 뒤로 빼 무게 중심을 뒤로 하고 오르막에선 반대로 팔을 굽혀 엉덩이를 바짝 앞으로 해야 한다, 등등. 그리고서 한번 타고 돌아보라고 하니 어디론가 한참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래도 소시 적에 운동한 티가 난다. “재미있어?” “응, 죽이는데.” “그래 잘 타는구나. 그래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주의해야 해. 오버하면..”이라고 말하는 순간 약간의 장난끼가 생겨 오른 팔을 슬쩍 선태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된다.” 이 마음 약한 아저씨는 비명을 지르며 금세 울 듯하다. 병원에 가자는 선태에게 킬킬 웃으며 좀 더 타라 이르고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상처를 씻고 좀 깊게 패인 곳엔 습윤성 거즈를 붙이고 다른 곳은 대충 후시딘을 발랐다. 선태에게 “여자들한테 말하지 말자”고 해놓았지만 몇 시간이 못 되어 나의 부상은 동네 소식이 되었다. 그런데 아내는 내 부상에 놀라지 않는다. 게다가 “조심 좀 하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내 부상에 익숙해진걸까, 아니면 자전거를, 조금 위험하게 타는 일이 제 남편에게 갖는 의미를 이해하게 된걸까. 하여튼 아내가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태도도 단번에 바뀐다. 선태 또한 어느새 본래대로다. “형.” “응.” “나랑 찜질방 갈까?” 나쁜 놈.
2005/09/26 17:22 2005/09/26 17:22

트랙백 주소 :: http://gyuhang.net/trackback/610

  1. Subject: ggiqceqv

    Tracked from ggiqceqv 2008/03/31 15:22  삭제

    ggiqceqv

  2. Subject: watvytrz

    Tracked from watvytrz 2008/04/06 13:15  삭제

    watvytrz

  3. Subject: bing.com

    Tracked from bing.com 2014/09/27 17:57  삭제

    GYUHANG.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