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가진 유일한 ‘아빠 사진’이 보존상태가 너무 안 좋아 디지털 작업을 해드리려고 가져왔다. 1942년경 전라북도 태인면 면사무소 마당이다. 아래 줄 가운데 콧수염이 태인면장이고 그 왼쪽이 일본인 주재소장이다. 콧수염은 생김새만큼이나 열심히 일제에 부역했던지 해방되고선 몰려드는 군중들을 피해 어디론가 달아났단다.(달아날 수 있고 달아날 곳이 있었다는 게 이른바 ‘역사청산’의 문제다.) 아래 오른쪽이 외할아버지다. 어릴 적 이 사진을 보고 어머니에게 “외할아버지는 친일파였어요?” 물은 적이 있다. 어머니는 웃기만하고 별 대답이 없었는데 나중에 어른들에게 듣기로는 “일본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어쨌거나 한일합방 해에 때어나 해방하던 해 돌아갔으니 그의 삶은 참 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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