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12 11:42
이따금 “문장론이 뭐냐”는 식의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내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현실에 익숙하지(하고 싶지) 않아서 늘 대답을 흐리곤 한다. 사실 나는 어떤 문장론을 갖고 글을 쓰진 않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즉 내가 단어와 단어를 꿰고 이어 붙여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세상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다. 나는 글의 소재를 얻기 위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글을 쓴다. 어쨌거나, 문장론이 있든 없든, 내가 초고를 써놓고 퇴고를 거듭하는 걸 보면 나에게도 문장에 대한 어떤 태도는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건 두 가지일 것이다. 간결함과 리듬.

내가 쓰는 글의 8.5할쯤에 해당하는, 공을 들여 쓰는 글은 초고를 쓰면 적어도 서너 번 이상은 퇴고를 한다. 군더더기라 느껴지는 건 망설임 없이 없애거나 좀 더 간결한 표현으로 바꾼다. 나는 중언부언 하는 것만 군더더기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쓸데없이 화려한 표현도 군더더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부러 반복 효과를 내려는 게 아니라면 한 글에선 같은 단어를 쓰지 않는다. 10매 이하 칼럼에선 반드시, 30매가 넘어가는 긴 글에선 되도록 그렇게 한다. 동시에 리듬을 만들어간다. 거창하게 말해서 운율을 맞추는 건데, 눈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서 리듬감이 흐트러지거나 호흡이 끊기는 부분은 글자 수를 고치거나 단어를 바꾼다.

간결함과 리듬이 덜 다듬어진 글을 내놓는 것처럼 불편한 일은 없다. 어쩌다, 내 글의 1.5할쯤에 해당하는 글에서, 이런저런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도리 없이 그러곤 하는데 그런 글들은 그저 실용적인 이유를 위해 일회용으로 존재한 것일 뿐, 내가 썼지만 더 이상 내 글은 아니라 여긴다. 간결함과 리듬 말고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쉽게 쓰는 것이다. 나는 왜 거의 모든 글쟁이들이 글은 쉬우면 쉬울수록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배운 사람들이나 알아먹는 어려운 말을 이유 없이 쓰지 않는 건 물론이려니와 되도록 한자말을 줄이려고 애쓴다.

그러나 간결함, 리듬, 그리고 쉬움 같은 문장에 대한 내 모든 태도들은 오로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존재한다. 나는 이오덕 선생이 말씀한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믿는다. 모름지기 글은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글을 씀으로서 내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비로소 내 생각으로 정리되며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은 다시 내 일상의 에피소드에 전적으로 반영된다. 내 삶과 내 글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 것도 아니다. 결국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 (보그)
2005/08/12 11:42 2005/08/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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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생각] 글쓰기

    Tracked from graPhos 2005/08/12 13:14  삭제

    김규항님의 블로그에서 문장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나는 글쟁이가 아니다. 더구나 내게 아주 뛰어나거나 혹은 누군가의 혹함을 살 정도의 글쓰기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가끔 웹?

  2. Subject: 가끔 들르는 곳에서...

    Tracked from 단상(斷想)들 2005/08/12 15:27  삭제

    문장론? <김규항>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지만 김규항 씨의 블로그는 볼 때마다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담긴 글이나 그 글을 담고 있는 틀은 더이상 간결해질 수 없을 만큼 단순함?

  3. Subject: 34. 문장론, 글쓰는 것

    Tracked from 푸르미 세상 2005/08/12 20:05  삭제

    문장론 김규항님 블로그에 들러 그동안 못봤던 글들을 다 봤다.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문장론. 글 써놓고 몇번이고 퇴고한다는 이야기와 간결함과 리듬을 살린다는 이야기. 늘상 찔리는 이오덕

  4. Subject: zz

    Tracked from 나만의 공간... 2005/08/25 12:33  삭제

    2005 광명음악밸리축제

  5. Subject: 글쓰기란 무엇일까?

    Tracked from 상상력을 키워라 2007/04/06 15:2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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