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12 00:24
내가 아는 한 음악학자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음악학자이면서 음악학이라는 노동에서 스스로 소외된, 그저 돈벌이와 사회적 지위 유지를 위해서 만큼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몇 해 전 그의 연구실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적이 놀랐다. 그의 오디오 장비가 너무나 소박했기 때문이다. 내가 “개비할 생각도 있는가” 묻자 그는 “충분하다”고 했다. “충분하다는 기준이 뭐냐”고 다시 묻자 그는 웃으며 “실제 연주만이 진짜 음악이며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진짜 소리를 상상하는 것”이라 대꾸했다. 결국 진짜 오디오는 오디오 장비가 아니라 ‘나‘라는 얘기였다. 그는 (에리히 프롬을 빌어 말하면) 음악을 ‘소유하는 쾌락’을 접음으로써 음악이 ‘존재하는 기쁨’을 얻은 사람이었다. 갈수록 삶은 그런 선택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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