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16 17:19
KNCC 주기도 새 번역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KNCC에서 새로 번역해 내놓은 주기도문에서 ‘아버지’라는 말이 “하나님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듣고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성차별적이다’가 아니라 ‘제한한다’.. 쾌감이 느껴질 만큼 예리한 논리다. 주기도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기도하면 된다” 일러 준 기도문(마태복음 6장)이다. 당시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예수는 달랐다. 예수의 일행 가운데는 늘 여자들이 있었고(동서고금을 통틀어 현인의 일행에 여자가 포함되는 일은 전무하다. 최근에나 가능한 이야기) 예수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한 것도 여자들이었고 예수가 부활했다는 걸 처음 알린 것도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왜 예수는 ‘아버지’라는 말을 썼을까? 예수는 하느님을 “압바”라고 부르곤 했다. ‘압바’는 우리말로 ‘아빠’다. 자, 가만히 눈을 감고 어떤 절대적인 존재를 떠올리며 ‘아빠..’ 하고 불러보자. 어린 아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무한히 기댈 수 있는 어떤 품에 안긴 듯한 느낌이 드는가?(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감성이 파탄 난 것이니 삶을 되돌아보길..ㅎㅎ) ‘아빠’는 어린아이의 말이다. 어린 아이는 ‘아버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말은 남자 여자를 분별하는 의식이 생긴(주입된) 다음에 사용하기 시작하는 말이다. 어린 아이에게 ‘아빠’란 ‘남성’이 아니며 권위적인 존재도 아니다. 어린아이에게 ‘아빠’란 ‘무한히 기댈 수 있는 품’이다. 예수에게 하느님은 그런 존재였다. 주기도문은 그런 뜻을 잘 드러내야 한다. '아버지'가 남상적이고 권위적인 뜻이 담긴, 혹은 남성적이고 권위적인 뜻이 담겨있다는 게 파악된 시절에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다. 물론 당장 하느님을 아빠라 부른다면 정서적 충격이 있을테니, ‘아버지’는 그냥 ‘하느님’, 반복될 경우엔 ‘당신’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내 나름의 주기도문을 정리해보았다. 주기도문 맨 끝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부분은 나중에 첨가된 것인데 일단 빼보았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조금씩 더 다듬어 볼 생각이다. 누구나 나름의 주기도문을 정리해보고 또 조금씩 다듬어 본다면 좋을 것이다.


주기도

하느님,
당신의 이름을 거룩하게 드러내시고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시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우리가 잘못한 이을 용서했듯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십시오.
아멘.
2005/05/16 17:19 2005/05/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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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김규항의 새로운 주기도문

    Tracked from Lord White's Realm 2005/05/17 15:47  삭제

    주기도 하느님, 당신의 이름을 거룩하게 드러내시고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시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우리가 잘못한 이을 용서?

  2. Subject: 주기도문

    Tracked from CHANGMOO.NET 2005/05/18 13:28  삭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아빠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고 아빠의 나라가 오게 하며, 아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 오늘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고 우리가 우리에

  3. Subject: 주기도

    Tracked from 마른미역군의 일탈. 2005/05/18 23:12  삭제

    주기도 김규항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KNCC 주기도 새 번역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

  4. Subject: 주기도

    Tracked from 길 위에서 길을 묻다 2005/06/01 18:54  삭제

    김규항 블로그에서 김규항이 나름대로 정리한 주기도문을 보았다. 나도 이참에 나의 신앙고백을 담아 주기도문을 한번 써보려한다. 하느님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나타내시고 당신의 나라

  5. Subject: 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

    Tracked from 정체성과 불멸에 관한 몹시 지루한 대화 2005/09/02 10:29  삭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6. Subject: New York Giants Snapbacks

    Tracked from New York Giants Snapbacks 2014/10/02 21:2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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