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11 20:32
김경이 제 칼럼 스타일 앤 더 시티를 마치면서 “대단한 꼴값이었다”라는 내 소감을 인용했다. 한겨레21을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내가 챙겨보는 잡지는 고래뿐이다) 많이 보지 못했지만 개성 있는(유행하는 말로 ‘쉬크’한) 칼럼이었다. 그러나 “대단한 꼴값”이라는 말은 그의 칼럼에 대한 소감이기 전에 늘 내 ‘글쓰기 활동’에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날 나는 소감보다 관능을 깨우는 나의 자전거라는 칼럼에 대해 반박했던 걸로 기억한다. “모든 운동엔 그 운동에 맞는 복장이 있는 거야. 자전거인으로서 말하는데, 스판덱스 바지는 엉덩이 선을 드러내려는 게 아니라 자전거의 복장이란 말야. 스판덱스 바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나 알아?” “뭐가 들었는데요?” “패드가 들었지. 엠티비든 사이클이든 패드를 대지 않고 장거리를 타면 엉덩이가 다 나간단 말야.” 김경은 킬킬 웃으며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그리고 다시 내게 물었다. “선배도 그럼 자전거 탈 때 그런 바지 입어요?” “당연히, 안 입지.” 스판덱스 반바지가 두 개나 있지만 그걸 입고 나간 적은 없다. 탈 때야 문제가 없지만 타러나갈 때, 이를테면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아주머니를 만나는 상황을 생각하면 참으로 심란하다. 그래서 그냥 나풀대지 않는, 스프라켓에 바지가 끼어들지 않을 정도의 복장만으로 버텨서 엉덩이 자체에 패드가 생기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그런 ‘생체 패드’는 반나절 라이딩 정도가 한계다. 언젠가 결행할 속초행 라이딩(자전거인들의 성스러운 제례. 서울 동쪽에서 새벽에 떠나 해가 저물 무렵 민신창이가 된 몸으로 속초에 닿는다.)에선 나도 스판덱스 바지를 입을 것이다. 동해(!)를 향해 달리는데 그깟 엘리베이터 안의 심란함이 대수일까.
2005/05/11 20:32 2005/05/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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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자전거 타기

    Tracked from Les Goliards 2005/05/14 02:53  삭제

    속초행 라이딩이 자전거인들의 성스러운 제례인줄은 몰랐다. 땅끝까지 자전거를 탄지도 어언 2년이 지나고, 이번엔 속초로? 그나저나. 자전거나 다시 사야할텐데.. 아, 잃어버린 자전거에 관한

  2. Subject: 한적의 생각

    Tracked from alexhan's me2DAY 2009/10/11 22:02  삭제

    “… 속초행 라이딩(자전거인들의 성스러운 제례. 서울 동쪽에서 새벽에 떠나 해가 저물 무렵 민신창이가 된 몸으로 속초에 닿는다.) …” (from 대단한 꼴값 중).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속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