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24 21:57
세뱃돈은 늘 어미가 ‘보관’ 명목으로 수거하곤 했는데 이젠 좀 크고 했으니 필요한 걸 사게 하기로 했다. 김단은 저보다 한 살 많은 외사촌 오빠가 세뱃돈을 모아 엠피쓰리플레이어를 사겠다는 걸 듣고는 자기도 그걸 사고 싶다고 했다. 괜찮은 생각이다 싶었는데 김단의 세뱃돈은 그걸 사기에는 모자랐다. 해서 내가 김건에게 작업을 했다. “이번에 누나 도와주고 내년엔 누나가 너 도와주면 좋잖아.” “부루마블 사야 되는데.” “좋아, 그건 아빠가 따로 사줄게. 어때.” “알겠어요, 아빠.” 김단은 인터넷을 뒤져 물건을 고르고 나와 함께 거기에 넣을 음악 파일들을 준비했다. 김단은 댄스가요엔 전혀 관심이 없다. 물론 그걸 좋아한다고 해도 그의 취향으로 존중해야 하겠지만 하여튼 현재로선 그렇다. 김단은 평소에 자주 듣던 음악들, 말하자면 제가 사는 집에서 자주 틀어지는 음악들 가운데서 제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가운데서 몇 곡, 비틀즈 전집에서 몇 곡, 트래비스의 ‘12 Memories' 전곡.. 특히 와이키키에 나오는 ‘I Love Rock & Roll'은 가사를 프린트해서 연습까지 하기에 조안젯의 원곡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리메이크도 구해주었다. 김단은 열심히 그것들을 듣고 있는데 아직 100메가 정도는 남았다. 그 일부엔 김민기를 넣어줄 생각이다. 노래을 고르기 위해 오늘 김민기 1~4집을 듣다가 한 곡에 콱 가슴이 막혔다. 그리고 푸바(내가 좋아하는, 가장 간결한 플레이어)에 그것만 넣고 끝없이 재생하고 있다. ‘금관의 예수’다. 스무 살 무렵 비로소 예수를 만날 때 이 노래가 나를 얼마나 떨게 했던가.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복받쳐 올라 이 노래를 부러 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딸 덕에 꼼짝없이 이 노래에 사로잡힌다.

금관의 예수

김지하 작사
김민기 작곡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메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고향도 없다네 지쳐 몸 눕힐 무덤도 없이
겨울 한 복판 버림받았네 버림받았네)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죽음 저 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가리라 죽어 그리로 가리라 고된 삶을 버리고 죽어 그리 가리라 끝없는 겨울 밑 모를 어둠 못 견디겠네 이 서러운 세월 못 견디겠네 이 기나긴 가난 못 견디겠네 차디찬 이 세상 더는 못 견디겠네 어디 계실까 주님은 어디 우리 구원하실 그분 어디 계실까 어디 계실까)
2005/02/24 21:57 2005/02/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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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금관의 예수, 김민기

    Tracked from Gyedo's Blog 2005/02/26 04:02  삭제

    제가 이 곡을 처음 접했던 것은, 어릴 때 다니던 교회 한구석에 굴러다니던 정체불명의 노래책 (교회용어로 찬양집) 으로부터였습니다. 다른 평범한 교회 노래들과 더불어 실려 있던 이 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