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16 01:53
선후배, 혹은 동무인 몇몇 여성들과 이메일로 설 인사를 나누면서 ‘명절과 여성’ 문제는 없었느냐, 물었는데 좋은 답이 없다. 딱 한 사람 “인생의 봄날이라고나 할까.” 했는데 그는 작년에 이혼했다.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명절이 되면 그 습속이 건재를 과시한다. 뼈대가 있다는 집안일 수록 더 그렇다.(하여튼 나라고 집안이고 뼈대는 다 무너져야 한다.) 어머니는 설날 세배를 받고는 아내와 김단을 보며 그랬다. “일흔이 되니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아버지와 지금까지 정을 나누며 잘 살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아무개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다. 너희들은 그렇게 살길 바란다.” 어머니는 ‘돈 안 되는’ 춤을 하는 아내의 가장 듬직한 후원자다. 아내가 지방에 전수라도 간다 싶으면 달려와서 아이들을 챙긴다. 단지 며느리 대신 아이를 챙기는 게 아니라 며느리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머니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머니와 아내도 한 때 심각한 고부갈등을 겪었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중간에 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내가 취한 태도는 ‘중립’이 아니라 ‘아내 편’을 드는 것이었다. 여성의식 같은 건 별로 없을 때지만, ‘아내는 제 식구를 떠나 혼자 남의 집에 들어온 사람이니 약자고 소수자’라는 소박한 정의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당연히 내 태도에 충격을 받았고 나 역시 많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최선이었다. 결국 그게 어머니가 당신과 아내가 같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재발견하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 동기가 되었다. 상황이 좋아지고 난 어느 날 한번은 어머니가 나를 보고 웃으며 그랬다. “못된 아들!” 부디 김단은 나보다 더 못된 아들을 만나고, 김건은 나보다 더 못된 아들이 되길.
2005/02/16 01:53 2005/02/1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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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여성의 입장

    Tracked from >> UrLetter >> C... 2005/02/17 11:27  삭제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이, 성별을 막론하고 남여의 성 역할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일치된 성향을 보임을 확인한다. 남성은 여성을 '지켜줘야'하고, 여성은 조신한 행동거지를 보?

  2. Subject: 못된 아들이 될 수 있을까?

    Tracked from J's bar....Be happy 2005/02/22 13:19  삭제

    지금까지 난 못된 아들이었던 것같다. 여자친구와 어머니가 고부갈등아닌 고부갈등을 겪을 때마다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설명하고 해명하고.. 그것이 서운하셨었는지. 어머니는 용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