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14 05:31
내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백과사전이니 명작전집이니 하는 것들을 파는 책장수들이 버젓이 교실에 들어오곤 했다. 그들이 수업 시간에 교실에 들어오기 위해 교사와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나도 한번은 그들의 ‘어린이 백과사전’을 산 적이 있다. 백과사전을 읽어 동서고금의 교양을 습득하겠다는 야심 때문이 아니라 그걸 사면 끼워준다는 물건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망원경(쌍안경)이었다. 가난했고, 어린 아들의 속셈을 모르기야 했겠냐만 내 부모는 선선히 허락했다. 내가 망원경이 필요했듯 그들은 그들의 아들에게 백과사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며칠 후 백과사전, 아니 망원경이 도착했다. 그날부터 망원경은 내 보물이 되었다. 이듬해 친척집 잔칫날 내 보물을 도둑맞을 때까지. 며칠 전 한 아마추어 천문인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처음엔 쌍안경으로 시작하라”고 적힌 걸 발견했다. 천문 관측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무턱대고 천체망원경부터 사야 한다고 생각하고 망원경 장수들은 그걸 노려서 모양만 그럴싸한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지는 물건을 ‘초보용 천체망원경’이라는 딱지를 붙여 팔기도 하지만 초보자는 7X50(배율 7배, 구경 50mm) 정도 쌍안경으로 별을 익히는 게 좋다는 이야기였다. 쌍안경으로도 별을 보는구나. 예나 지금이나 망원경은 나를 벅차게 한다. 내일은 망원경 구경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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