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12 03:39
당연한 말이지만, “예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선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이건 예수를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아닌가와 무관하다. 예수를 그리스도라 떠받드는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해선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고 나서 그리스도로서 예수가 있는 것이지 어떻게 살았는지 누구인지조차 모르면서 무작정 예수를 ‘내 죄를 대속한 그리스도’라 떠받는 건 우스꽝스런 일이다. ‘사람의 아들’ 예수가 없다면 ‘신의 아들’ 예수도 없다.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가장 유력한 자료는 역시 신약성서의 맨 앞에 실린 네 개의 복음서들(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이다. 그 가운데 마태, 마가, 누가복음 셋을 ‘비슷한 관점’에서 씌어졌다고 해서 ‘공관(共觀)복음’이라 부른다. 요한복음은 공관복음서보다 훨씬 더 종교적으로 채색된 것이다. 공관복음 가운데 가장 일찍 씌어진 건 마가복음이다. 마가복음은 70년경에 씌어졌다. 마태와 누가복음은 마가복음보다 늦게, 마가복음을 기본 자료로 씌어진 것이다. 마태, 마가, 누가 복음이 ‘공관’을 갖게 된 것도 마가복음이 먼저 씌어지고 나머지 둘이 그것을 기본 자료로 해서 씌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같은 관점을 가진 복음서가 세 개나 존재하는 걸까? 그것은 복음서가 씌어진 목적 때문이다. 복음서는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려는 것보다는 그것을 쓴 작가가 소속된 교회공동체의 ‘신앙 고백’의 차원에서 씌어졌다. 각각의 교회공동체들은 저마다 조금씩 처지와 사명이 달랐고 그에 걸맞게 신앙관도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같은 관점이지만 조금씩 다른’ 자신들의 복음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복음서의 그런 성격을 둘러싸고 신학자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논쟁이 있어왔다. 아예 복음서를 통해 ‘예수의 생애’를 파악하려는 게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복음서가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려고 씌어진 게 아니라고 해서 곧 그 내용이 전적으로 역사적 허구라고 말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복음서는 예수에 대한 각 교회공동체의 신앙고백이며 그것은 무엇보다 예수의 생애를 근거로 한다. 복음서는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서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증언하는 가장 진솔한 기록인 것이다.

복음서, 특히 공관복음서의 배경이나 맥락을 함께 읽는다면 우리는 2천 년 전 집도 절도 없이 팔레스타인 땅을 유랑하다 초라하게 죽어간 한 사내의 모습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자무오설’이니 ‘축자영감설’이니 해서 성서에 씌어진 한자 한자 그대로가 하느님의 영감에 의한 것이니 사람이 그것을 분석하려 드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얼핏 경건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그런 주장은 실은 ‘하느님의 영감’을 ‘인간의 영감’으로 재단하려는 태도일 뿐이다.

생각해보라. 한낱 사적인 대화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의 말과 그 말이 갖는 배경이나 맥락을 동시에 들으려 노력한다. 그런 노력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의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성서처럼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가장 최근에 씌어진 부분이 2천여 년 전에 씌어진 텍스트를 ‘글자 그대로’만 읽는다는 건 그 안에 담긴 뜻을 읽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자의힘 기관지, 계속)
2004/12/12 03:39 2004/12/12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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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예수이야기 2

    Tracked from 호빵맨의 짧은 생각들 2004/12/12 09:54  삭제

    규항닷넷에서 펌. 당연한 말이지만, “예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선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이건 예수를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아닌가와 무관하다. 예수를 그리스도?

  2. Subject: 또 하나의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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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3 class=title> 예수 이야기 1</H3> <DIV id=underline> 예수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동시에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