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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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 농장하는 후배 친구에게서 어머니 집에 얻어다 준 진돗개가 일 년이 다 되도록 귀가 안서고 하는 짓도 진돗개치곤 영 구질구질해서 어머니 식구들과 정을 붙이지 못했다. 그저 때 되면 밥이나 얻어먹고 청소하자마자 똥을 싸서 야단을 맞는 게 그 집에 사는 인간들과 개의 모든 관계다. 녀석을 좋아하는 유일한 두 사람은 이따금 찾아오는 김단과 김건뿐이다. 세상에 개 싫어하는 아이야 없겠지만 둘은 참 유별나게 개를 좋아한다. 하여튼 근사한 진돗개라고 얻어다준 게 그 모양이라 다른 놈으로 다시 얻어다 주기로 했다. 어머니는 어디에서 봤는지 ‘썰매 끄는 큰 개’가 멋지더라고 했다. 이 집안엔 어른이고 애고 소형 애완견에 호감을 갖는 사람이 없다. 적어도 ‘진돗개 이상’은 되어야 비로소 개라고 생각한다. 내친 김에 어제 남양주에 가서 두 달 된 시베리안 허스키 수컷을 데리고 왔다. 차에서 토하고 설사까지 하느라 개나 나나 고역이었지만 아이들은 어제 이후 ‘조국 광복’이라도 맞은 분위기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저희들 개라는 걸 인정하는 뜻에서 이름을 붙이게 했다. 둘은 개에게 ‘강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너무 센 이름이라 복실이나 뭐 그런 건 어떠냐고 해봤으나 둘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강철은 근사해 보인다. 어깨나 다리 골격이 마치 사자나 호랑이 새끼처럼 듬직한데 두달 된 짐승이라 보기엔 하는짓에 무게가 있다. 사람에게 아양을 떨어 살도록 만들어진 개와는 다른 것 같다. 개를 키우는 일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뒤집어 말하면 이 집에서 개를 키우는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아내까지 각별한 호감을 표시하니 생각보다 오래 지낼 것도 같다.
2004/12/11 12:11 2004/12/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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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강아지 키워볼까?

    Tracked from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2005/03/08 10:55  삭제

    사실 도시(?)로 이사오기 전엔 언제나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다. 촌이라다보니 집 안에서 키우는 건 생각도 못했고 장터에 나가 박스에 담겨 있는 귀여운 강아지들을 사서 집 앞의 큰 나무 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