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09 21:59
어머니 집 골목 어귀에 사는 도배장이 부부. 그저 몇 번 스쳐 지났을 뿐이지만 드물게 온후한 사람들이라 했다. 얼마 전 나와 두런두런 동네 이야기며 교회 이야기며 나누던 어머니가 그 부부 이야기를 꺼냈다. 볼 때마다 속상한데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아들이 자이툰 부대로 이라크에 갔단다. 부부는 늘 그늘이 드리운 얼굴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바람을 한다고 했다. 가기 싫으면 안 갈 수도 있지 않으냐 아들에게 애원도 했지만 아들은 동료들을 봐서라도 그럴 수는 없다고 하더란다.

사막복을 입은 노무현 씨가 한 사병과 얼싸안고 있다. 파병 연장이 진행되고 이런저런 정세를 생각할 때 그런 ‘쇼’가 얼마나 속이 들여다보이는 수작인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사진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사병은 활짝 웃고 있다. 고단한 사람에겐 쇼도 위로가 되는 법이다. 도배장이 부부의 아들일지도 모를, 아니면 고작해야 다른 ‘도배장이 부부’의 아들일 그 청년에게 ‘대통령의 방문’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 ‘나라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내놓으러 가면서도 밤도망하듯 떠나야 했던, 더러운 나라 부끄러운 조국을 둔 죄 많은 청년에게 말이다.
2004/12/09 21:59 2004/12/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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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쇼로 위로하지 않는 세상

    Tracked from 먼지책 2004/12/11 00:56  삭제

    규항넷에 가서 오늘치 글을 읽고 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르빌 방문 기사에 덧대어, "고단한 사람에게는 쇼도 위로가 되는 법이다."라고 그는 쓴다. 암, 고단한 사람에게는 쇼도 위로가 되는 법

  2. Subject: [41211] 노무현씨의 마중

    Tracked from 부르릉 :바둑과 분석 그리고 비판 2004/12/11 11:43  삭제

      파병 연장. 무엇을 위해 군인들이 희생하는가에 대한 눅눅하고 재미없는 질문에.   노무현씨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