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02 11:14
성서(성경)가 여러 가진데 뭘 읽으면 좋겠느냐, 묻는 이들이 있다. 개신교 쪽과 천주교 쪽을 합하면 한글 성서가 예닐곱 가지가 되니 고민스런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교회에서 흔히 쓰는 ‘개역 성경’은 워낙 말이 예스러워서 노인이 아니고선 좀처럼 읽히지가 않는다. 설사 읽히더라도 지금 여기와는 상관없는 옛 경전 같은 느낌이라 좋지 않다. 내 생각엔 천주교에서 나온 ‘200주년 성서’가 제일 낫다. 번역의 정확성을 비롯 여러 장점을 가지지만 더 중요한 장점이 있다. 200주년 성서에서 예수는 ‘반 말’을 하지 않는다. 2천 년 전 예수와 팔레스타인 인민들이 사용했던 아람어엔 존댓말 반말은 없다. 그러나 우리처럼 존댓말 반말이 엄격하고 또 섬세한 사회적 맥락을 갖는 사회에서 예수를 ‘아무한테나 무턱대고 반말을 하는 사내’로 그리는 건 대단한 왜곡이 된다. 예수는 ‘부활 사건’(에 대해선 다음에 언급하기로)을 통하여 신의 아들이 된 것이지 백인들의 성화에서처럼 늘 머리 뒤에 둥근 불을 달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다. 복음서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예수의 삶을 내 삶에 반추하는 것, 2천 년 전 팔레스타인의 유랑자였던 사나이의 삶을 지금 여기의 내 삶에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복음은 비로소 ‘복음’(기쁜 소식)이 된다. 유일하게 ‘반말하지 않는 예수’를 선택한 200주년 성서는 그 점에서 유일한 훌륭함이 있다.
2004/12/02 11:14 2004/12/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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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예수의 삶. 하나님 나라.

    Tracked from Here comes the sun 2004/12/04 11:04  삭제

    평화. 평등. 그것이 바로 예수의 삶, 예수의 가르침, 하나님 나라... 그러하기에 "반말하지않는 예수" 나 "불온한 반항아 예수"라 하는 그 말뜻을 되새겨본다. 반말하지 않는 예수 성서(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