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9 21:55
예수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동시에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잘못 알려진 사람이기도 하다. 누구나 예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예수가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무엇보다 예수와 (예수를 창시자로 하는 종교인) 기독교의 거리에서 나온다. 사실 예수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려 한 적은 없다. 그가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과 ‘하느님의 뜻’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그 때문에 죽임까지 당했지만, 바로 그 점에서 보듯 그의 활동은 ‘유대교 갱신운동’의 하나였다. 그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려 한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종교를 허물어 다시 세우려 했다.

그러나 그의 뜻이 무엇이었든 그가 죽은 후 그를 창시자로 하는 종교인 기독교가 생겼다. 처음에 기독교는 예수가 그랬듯 하층계급 인민들을 위한 종교였고 그런 계급성에 걸맞게 가혹한 탄압도 받았지만 조금씩 성장해가면서 그 정체성을 잃어갔다. 기독교는 예수를 처형했던 로마의 국교가 되고부터 지배계급의 종교가 되어 세계를 점령해갔다. 점령은 예수가 죽은 지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보듯, 인류가 겪는 가장 악랄한 사건들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예수의 이름으로 저질러진다.

한국에서 사정도 그리 나을 게 없다. 근래 몇몇 대형교회의 불거진 행태가 말썽을 빚고 있지만 그런 경향은 한국 교회의 일반적인 신앙관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한국엔 교회가 많다. 밤이면 온 세상이 붉은 네온 십자가들로 넘쳐 난다. 한국에 이렇게 교회가 많아진 건 박정희 군사 파시즘 이후의 일이다. 물론 그건 시간상의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군사 파시즘의 홍위병이자 가장 충직한 선교사였으며 인민들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공간이었다.

“믿으면 받는다” 라는 한국 교회의 신앙관은 “하면 된다” 라는 군사 파시즘의 구호에 봉사했다. 한국 교회의 철저한 빨갱이 콤플렉스는 군사 파시즘의 존립 기반이던 반공주의에 봉사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관제 행사가 아니라면 여럿이 모이는 일조차 불편하던 시절, 인민들(특히 파시즘과 전근대적 가부장제의 이중적 억압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마음껏 소리치고 교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른바 ‘한국 교회의 놀라운 부흥사’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결국 한국 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저급한 신앙관을 자랑하게 되었고 그 저급한 신앙관은 다시 가장 반동적인 사회의식으로 작동한다. 오늘 한국 인민들의 반동적인 사회의식을 생산하는 가장 결정적인 도구는 ‘수구신문’이 아니라 교회다. 오늘 한국에서 교회 문제는 더 이상 ‘종교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진지한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에게 교회문제는 ‘운동과 별개의, 교회에 안 나가는 자식을 염려하는 어머니와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문제는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단지 ‘교회문제를 비판하는 것’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 비판은 결국 교회 체제의 내부에 기생하게 마련이다. 해결은 “성전을 허물고 다시 짓겠다”던 예수의 선언처럼 좀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그건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 질문만이 오늘 대개의 한국 교회가 교회가 아니라는 것, 교회를 빙자한 상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다.

(노동자의 힘 기관지 연재. 이 글은 예수전은 아닙니다.)
2004/11/29 21:55 2004/11/2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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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예수 이야기 1

    Tracked from 호빵맨의 짧은 생각들 2004/11/30 01:3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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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ubject: 예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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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항의 블로그로부터 트랙백 예수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동시에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잘못 알려진 사람이기도 하다. 누구나 예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

  4. Subject: 김규항님, 반갑습니다

    Tracked from ktcard76님의 블로그 2004/12/02 01:26  삭제

    요즘 출판일에 여념이 없으시다면서요? 쓰신 글을 잘 찾아볼 수 없어 혹시나 인터넷 세상에라도 남기셨나 해서 둘러봤는데 다행히 쉽게 찾았습니다. 아주 건실한 블로그군요. 종종 들르겠

  5. Subject: 예수

    Tracked from 공감+공명=공간 2004/12/03 17:3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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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ubject: 예수에 대해 생각하며

    Tracked from 그리운 꽃다지 2004/12/04 13:21  삭제

    얼떨결에 말도 안되는 이유로 덜컥 신학교에 등록한게 벌써 두학기째.. (이유: 가족의 권유- 인간이 되라는...) &nbsp; 어렸

  7. Subject: ..

    Tracked from Before I forget... 2004/12/10 11:21  삭제

    ..

  8. Subject: rainygirl의 생각

    Tracked from twinpix's me2DAY 2008/08/22 10:15  삭제

    종교가 사회철학이 아니라 개인영달의 술수가 되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망각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