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4 22:40
처남댁은 참 밝고 씩씩한 사람이다. 본 지 15년이 되어가지만 한 번도 궂은 얼굴 하는 걸 보지 못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윈 맏딸로 동생들 뒤치다꺼리를 다 해냈고 결혼해선 처갓집의 든든한 기둥 노릇이 되었다. 장인이 병원에 계신지 두해가 넘고 장모의 사업이 기울면서 늘 쪼들리는 살림이지만 그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있어 처갓집엔 여전히 그늘이 없다. 오늘 아침, 그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소식을 듣고 내려간 아내에게 “은숙 씨는 어때?” 그랬더니 “안 좋지.” 한다. 사람의 슬픔을 계량할 수는 없지만, 평소에 밝고 씩씩한 사람일수록 슬픔은 더 커 보이는 것 같다.

김단과 김건을 잠깐 앉혀놓고 “동우 오빠(처남 아들)의 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며칠만이라도 그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에게 확실한 것 한 가지가 뭐지?” “죽는 거.” “그래, 죽는 거지. 어떻게 보면 사람은 죽으려고 태어나는 셈이지. 그래서...” 나는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설교를 피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본다. 둘은 죽음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치기어린, 그러나 죽음이라는 주제에 치기 없는 이가 몇이나 될까. 치기는 유지되며 치기를 포장하는 말만 달라지는 것, 그게 우리의 인생이다.
2004/11/14 22:40 2004/11/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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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확실한 것

    Tracked from 어느 청춘의 서울나기 2004/11/16 01:27  삭제

     어머니가 진정된 표정으로 안방에서 나오길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몇 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해프닝일꺼라고 생각했다. 안방에는 할아버지가

  2. Subject: 또 하나 확실한 것은

    Tracked from A to Z 2004/11/26 18:36  삭제

    오늘 우연히 북마크에 새로 추가하게된 블로그. 김규항씨의 규항넷. 예전에 까소봉군이 그랬다. A씨 글은 김규항씨의 글과 닮았어요. 씨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의 이미지가 강했던 나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