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6 10:11
건곤씨와 태성씨는 줄곧 마산에서 살아온 노동자들이다. 스타일은 좀 대조적이지만 둘 다 겸손하면서도 진지한 태도가 호감이 간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셋이서 포장마차에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저희는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일단 손님이 오면 무조건 반갑게 맞는다 아닙니꺼?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안 그렇더라고예? 자기 기분을 억수로 내색하대예? 진짜 적응 안된다 아닙니꺼?”” 나는 웃으며 긍정했다. 서울 사람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렇게 되었다. 나는 두 사람을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마산 사람들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을 참는다.
강남터미널에 도착하니 4시 30분이 채 못되었다. 근처에 사는 조중사를 불러내 해장을 하기로 했지만 그만 둔다. 안 그래도 인간 이하로 고생하는데 역시 싱거운 생각이었다. 노트북을 꺼내 메일을 확인하고 며칠 전 메일을 시작한 김건 생각이 나서 짧은 편지를 쓴다. “단이 건이 안녕? 아빤 지금 미산에서 서울에 도착했는데...”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오랜 만에 새벽의 서울거리를 보고 싶어 버스를 타고 종로로 갔다. 청진동에서 해장국을 사먹고 천천히 종로 거리를 걸었다. 조금씩 차도 사람도 늘어가는데 오늘따라 서울이 그리 밉지가 않다. 아무리 추한 괴물도 눈을 비비며 깨어나는 장면은 밉지 않은 걸까?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한껏 느슨해진다.
6시쯤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는데 타기도 전에 문이 닫혀 오른쪽 어깨를 친다. 모른체 하는 기사에게 한마디 할까 하다가 소란을 피우기 싫어 잠자코 자리에 앉는다. 기사는 계속 그런 식이다. 타고내리는 손님들의 인사는 한번도 받지 않고 마지막에 타는 사람들은 늘 어깨를 친다. 버스는 연신 과속경고벨을 울리며 달린다. 버스는 일산을 지나 교하에 접어든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보이고 속으로 '제발 나좀 건드리지 마라' 되내이며 내리려는데 이번엔 내리기도 전에 문이 닫힌다. 버스엔 기사와 나뿐이고 다음이 종점이니 이젠 나도 부담이 없다. “이런 씨발.” 기사를 돌아보며 낮게 욕을 한다. 거울로 나와 눈을 마주친 기사는 이런 일을 처음 당하는 듯, 몹시 당황한 얼굴이다. 슬그머니 다시 문이 열리지만 나는 내리지 않는다.
2004/11/06 10:11 2004/11/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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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우린모두가해자없는피해자다.

    Tracked from a_nother blogger 2004/11/07 10:3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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