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3 22:26
노동영화제가 벌써 8회라니, 십수년 전 서울영상집단 시절이 생각난다. 서교동 연립주택 지하 창고를 근거지로, 우리는 매일 같이 비디오 카메라를 매고 화염병과 최루탄이 나르는 거리를 달리곤 했다. 어느 날 고된 하루를 마치고 사진 하던 균동이형(여균동) 작업실에 들렀을 때 그는 그날 찍은 필름들을 정리하며 와인을 먹고 있었다. 명진이형(주명진 선배)이 나와 양래(김양래)에게 웃으며 속삭였다. "우리는 언제 촬영 마치고 맥주라도 먹어보냐?" 우리는 가난했고 가난했던 만큼 순수했다. 우리는 운동에 전념하느라 정작 영화엔 소홀한 영화운동가들이었다. 90년대 들어 혁명의 열정이 시들어 방송사 피디로 교수로 하나둘씩 떠나고 그 동료들 가운데 여전히 남은 건 둘이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인정이 누나(배인정 선배)와 서울영상집단의 형숙이(홍형숙). 그들에게 새삼스런 존경을 보낸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들이 가장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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