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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한 중년 남성이 성추행 사건으로 평생 쌓아온 성취와 존경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는데 실은 그가 여성으로서 사회적 불리함을 피하기 위해 남성 행세를 해온 여성이라면? 휴먼 스테인에서 ‘인종 문제’는 그렇게 역설적으로 다루어진다. 영화는 ‘인종문제를 다룬다’고 말하기 불편할 만큼 섬세하지만 (직설적인 방식으로) ‘인종 문제’를 그린 어떤 영화보다 ‘인종 문제’에 대해 섬세한 성찰을 유도한다. 거기에 계급문제(와 여성문제)는 매우 직설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지면서 ‘사회 문제’를 ‘인간의 문제’로 느끼게 하는 묘한 변증법적 효과를 낸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이런 영화는 21세기, 즉 ‘예술에서 전형적인 표현이 식상해져버린(이젠 누구도 “불타는 분노”라는 표현 앞에서 분노가 불타지 않으며, “뜨거운 사랑”이라는 표현 앞에서 사랑이 뜨거워지지 않는) 시대’에 예술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카리스마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한 참고가 된다.

아무리 설정이 좋아도 배우가 후졌다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게 없었을 것이다. 니콜 키드먼이나 안소니 홉킨스야 제쳐두고라도, 총을 잡으면 총이 되고(더 록)와 붓을 잡으면 붓이 되는(폴락) 애드 해리스는 참 근사한 배우다. 이 영화에서도 참전용사 출신 마초로 나오지만 검정 뿔테 안경 하나로 ‘고뇌’를 확보한다.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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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휴먼 스테인

    Tracked from 정당한 분노와 따뜻한 눈물 2004/10/31 01:06  삭제

    김규항님께서 약간 착각을 하신 것 같은데, 휴먼 스테인의 주인공 역할인 안소니 홉킨스는 남성 행세를 해온 여성이 아니다. 그 원로교수이자 대학학장

  2. Subject: sccyrfuy

    Tracked from sccyrfuy 2008/04/01 10:41  삭제

    sccyrf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