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1 11:26
(‘졸업하면 정신 차릴’ 대학생보다는 ‘천길 낭떠러지에 집어던져진’ 고등학생의 편지가 백배는 더 반갑다. 어젯밤 받은 고등학생의 편지. 답장은 다음에...)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쓰신 책을 읽고나서 꼭 한 번 메일 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현재 00여고 3학년 (수험생ㅜㅜ)김00 입니다.
제가 아저씨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아저씨가 B급이기 때문입니다.
A급이셨다면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이외의 것들은
다 나쁜 것이라고 여기던 제 생각을 바꾸시진 못하셨을 거예요.
A급과 B급은 우열의 차이보다는 역할의 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이 생각을 바꿀 때 조금씩 바뀌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급속도로 바뀌는 건 거부감이 생길 수 있잖아요.
아저씨는 역할을 다하신 멋진 B급이십니다.
그렇다고 제가 좌파가 되겠다는 각오나 한총련이 되고 싶다 뭐
그런 얘기를 하려고 메일을 드린 건 절절대 아닙니다.

처음 아저씨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그다지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저는 대학에 가기 위해선 뇌물과 비리 빼곤 다 해본 학생입니다.
생활기록부를 꾸미기 위해 봉사활동을 했고, 약간의 능력을
이용하여 3년간 상도 꽤 탔습니다. 아저씨 책에서 지식인을 비판할 때,
(물론 저는 지식인은 아니지만요) 마치 능력을 특권인양 쓴 것이
양심에 무척 걸렸었죠. 참고로 저는 문학특기생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마 B급 문학특기생일겁니다. 소설, 수필로요.
성적관리를 하다가 제가 전교 권에 들 수 있는 학생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성적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대학을 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약간은 공평한가 봐요.
처음엔 그렇게 잘 타지던 상도 이젠 어휴..
얘기가 딴 데로 빠졌네요. 결론은 아저씨 책은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주변인의 권유로 읽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읽다가 제가 얼마나
어리석은 동기였고, 부질없는 것인지 깨달을 수 (완전히는 아니지만요)
있었어요.

생각해보다가 궁금한 게 있었어요.
사람들은 좌파, 사회주의라고 하면 대부분 북한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젓습니다. 현재 가난해서 그런 거겠지요.
그렇다면 아저씨가 생각하시는 이상세계(사회주의)와 북한은
무엇이 다르기에 현재 경제적으로 바닥을 치닫는 건가요?
그리고 이건 아저씨의 사상과 관련 있는 건 아니지만요.
요즘 거론되고 있는 고구려사 논쟁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어서요.

현재 저는 00일보에서 학생기자로 활동 중입니다(아저씨가 싫어하시는
신문 중에 하나이겠죠..) 물론 고3이라 대충 대충하고 있습니다.
아저씨 블로그를 즐겨찾기로 저장해서 자주 들르고 있어요.
그 덕분에 책에만 나오던 김단, 김건의 사진도 봤구요.
대학을 가면 꼭 한 번 찾아뵙고 싶습니다.
제 의식을 두드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문을 여는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2004/09/21 11:26 2004/09/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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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세상에 눈을 뜨자!

    Tracked from J's bar....Be happy 2004/09/22 00:50  삭제

    항상 의식하고 살아야만 하는데.. 자꾸 나는 내 자신의 문제로만 침전해 들어가는 것만 같다. 죽는 순간까지 의식적으로 살고자 다짐했는데.. 지킬 수 있을까?

  2. Subject: 이제 문을 여는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Tracked from Gasoline Drunkenstar 2004/09/22 20:23  삭제

    난... 문 열고 있는가? 트랙백 sending : 김규항 블로그

  3. Subject: car accident reports los angeles

    Tracked from car accident reports los angeles 2014/10/24 14:4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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