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엔론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회장은 24년형을 받고 심장마비로 사망, 부회장은 자살, CEO는 도주했다가 1년 만에 체포되어 역시 24년형, 회계법인은 해체된다.
많은 사람이 놀랐다. 미국 사회가 생각보다 진보/좌파의 입김이 세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기업 회계 부정은 진보/좌파 이전의 문제다. 개인이나 기업의 시장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빈부격차나 경제 불평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걸 수용하는 사회적 약속이 ‘경쟁의 공정성’이다.
미국이 기업의 회계 부정 문제에 엄격한 이유는 그것마저 흐리면 시스템이 존립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진짜 공정한 사회라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은 ‘쇼로 돌아가는 사회’답게, 불거진 공정성 문제에 대해선 보란 듯이 엄격함을 보인다는 의미다.
오늘 이재용 씨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삼성 회계 부정은 엔론에 비해 죄질이 훨씬 나쁘다. 게다가 그 원인이 봉건적 세습 때문이다. 한국의 쇼는 미국과 정반대의 의미로, 장기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되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피의자 이재용 씨를 열번 이상 공개적으로 만나 격려하고 상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정성 쇼조차 없는 자본주의 사회는 노골적 신분 사회에 불과하다. 스스로 보수/우파라고 생각한다면, 시장의 힘을 믿고 자본주의가 현실적으로 최선의 시스템이라 확신한다면 수치심을 느끼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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