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특별한 인물이긴 하나 그 위대함에 빠지는 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건 마르크스라는 한 인간이 아니라 그가 남긴 사유와 이론적 성과이고 그걸 지금 현실에서 현명하게 사용하는 일이다. 이런 태도는 이제 어지간한 사회에선 지식인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유독 한국의 진보 진영엔 이런 상식적 태도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내가 마르크스주의 해봐서 아는데 마르크스는 폐기되어야 해’라고 말한다. 굳이 그 말을 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한다. 리버럴 천지인 한국의 지식 사회와 제도 미디어, 혹은 기금이나 지원금을 쥔 관료들에게서 그 말은 꽤 호감을 얻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은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적이 없다. 그들은 다만 한때 멋모르고 스탈린주의에 경도된 적이 있을 뿐이다. 동구 패망으로 그들이 받은 상처와 자괴감을 이해한다. 요컨대 그들의 마르크스 알레르기는 제 상처와 자괴감을 떨쳐내려는 뒤틀린 노력이다. 그러나 중년에 이르고도 여전히 그렇다면, 토론보다는 전문가의 치료를 고려하는 게 좋겠다. 병행하여 권하고 싶은 건 마르크스를 다시 읽는 일이다. 실은 한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이건 내가 해봐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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