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0 15:06
손혜원 씨 논란을 보며 착잡한 마음에 몇자 적는다.

문자와 관련한 문화행사에서 전직 국회의장 정세균 씨가 축사를 하는데 요지는 두가지였다. 우리나라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있어서 고유한 문화가 있다, BTS는 유구한 한국 문화사의 자랑이다. 엘리트 영역에서 ‘문화’와 ‘문화산업’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사실처럼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일도 없다. 전직 국회의장도 현직 문화부장관도 이른바 문화 예술계 인사들도 문화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모조리 문화산업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수십 채의 집을 사들였다는 손혜원 씨도, 그의 행동을 두고 투기 목적이다 아니다 순수한 의도다 아니다 논란을 벌이는 사람들도 물론 마찬가지다.
문화와 문화 산업의 차이는 단지 상품인가 아닌가에 있지 않다. 문화는 인간의 내면과 영혼에 관계하는 것이다. 문화는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을 일깨운다. 문화산업은 20세기 중반 고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산업주의적 생산물이다. 문화산업은 개인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소거하고 동일성을 부여한다. 문화는 자본주의와 긴장과 적대를 이루며 인간의 내면과 영혼의 공간을 확보한다. 문화산업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의 구성물이자 무기다.
신자유주의 이후 문화와 문화산업을 구분하지 않는 경향은 세계적인 데가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전면적인 사회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잘 사는 나라라 불리는 한국이 정작 ‘지옥’인 이유도 결국 그것이다. 문화를 삭제해버린 한국인들은 내면과 영혼의 질식 상태에 놓였다.
2019/01/20 15:06 2019/01/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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