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5:53
배철현 씨 문제의 본질은 표절일까. 그는 인문학자라 불리는데, 인문학은 대체 무엇인가. 인문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 한없이 진행되는 사유의 총체다. 인문학은 인간을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도록 돕는다. 동시에 인간으로 하여금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들의 연합’이라는 이상적 사회상을 구현해가도록 돕는다. 인문학의 적은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파괴하는 것들 일체다. 인문학 최대의 적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노동을 비롯 인간의 삶과 관련한 모든 가치들을 ‘상품의 가치’로 환원한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파괴하여 ‘가격만 다른’ 동일 상품으로 만든다. 자본주의의 그런 속성에 맞서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사수해내는 게 인문학과 예술이다. 근래 인문학의 현황은 어떠한가. 자본에 패퇴를 넘어 투항하거나 앞잡이가 되었다. 인문학은 자본가의 자기 혁신에 애용되는 기술이며, 자본의 이윤 추구에 동원되는 ‘인적 자원’의 필수 교과다. 인문학자들은 그 일에 앞장섬으로써 제 ‘가격’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배철현이 최진석 등과 꾸리는‘건명원’은 그런 일을 공식화한 학교다. (배철현은 ‘견명원은 제2의 이병철을 길러내는 학교’라고 말한 바 있다.) 배철현은 인문학자가 아니라 인문학의 적이다. 그의 표절이 밝혀졌든 안 밝혀졌든, 표절을 했든 안 했든 다르지 않다.

덧붙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언론이다. 특히 ‘한겨레’나 ‘경향’처럼 적어도 자유시장주의를 표방하진 않는 언론이라면, 최소한의 개념 분별은 했어야 한다. ‘이병철을 길러내는 학교’를 말하는 자칭 인문학자가 ‘침묵과 고독’을 말할 때 감상에 빠져 받아적기만 하다가, 표절이 밝혀지니 ‘스타 인문학자의 몰락’을 전하는 정도의 안목이라면, 대중 앞에서 굳이 언론 행세를 지속할 이유가 있을까.
2019/01/14 15:53 2019/01/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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