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9 15:39
요 며칠 고래가그랬어엔 출판사들로부터 김은성 작가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많았다. 김영하 씨가 TV에서 그의 책 <내 어머니 이야기>에 대해 언급해서 책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정작 책은 절판 상태라고 했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4부로 되어 있는데 2, 3, 4부를 고그 69호부터 110호까지 연재했다. 처음 연재 이야기가 나왔을 때 40대인 작가가 그리는 제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3대에 걸친 여성사라 ‘어린이 잡지’에 맞는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좋다는 결론이 나왔고, 특히 예술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래가그랬어는 작가를 선정할 때 어린이 독자의 ‘미적 체험’을 중시하는 편이라, 예술적이고 작가적인 만화가 많이 실린다.) 단행본은 모두 새만화책에서 발간했다.

좋은 책이 늦게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읽히는 건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애석한 건 이렇게 좋은 책을 제 힘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적었다는 사실이다. 전에 <느낌표>라는 TV 프로그램의 책을 소개하는 코너를 기억할 것이다. 거기에 책이 소개되면 순식간에 수십만부가 팔려서 출판사와 작가들의 관심이 많았다. 책이 선정되었는데 거절된 경우가 딱 한 번 있다.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다. 그 책은 참 좋은 책이고, 나도 몇 권 사서 선물한 일이 있다. 그 책이 <느낌표>에 소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때 생기는 분명한 유익이 있다. 그러나 선생은 해악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 같다. “책은 서점에서 한 권 한 권 짚어가며 고르는 것이고, 특히 아이들은 책을 고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쳐야 하는데, 왜 TV에서 ‘이것 보십시오, 저것 보십시오’ 해서 그걸 막는가?”

선생이 우려한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 오늘 한국엔 제 취향과 안목으로 책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다. 이건 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교양 전반에 관한 일이다. TV의 ‘예능 교양’을 즐겨보고 거기 소개된 책을 사고 출연한 유명인의 말을 곱씹는 일과, 나의 지적 주체성을 가꾸는 일이 어떤 관련을 갖는지 살펴본다면 좋을 것이다. 서점에 나가 천천히 내 힘으로 책을 고르는 일을 시작해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처음엔 고른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 실망들이 책을 고르는 능력을 키운다. 고그를 구독하고 있다면 아이와 함께 '진행 중인 명작’을 골라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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