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4 23:07
2001년 엔론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회장은 24년형을 받고 심장마비로 사망, 부회장은 자살, CEO는 도주했다 1년 만에 체포되어 역시 24년형, 회계법인은 해체되었다. 미국이 보인 엄격한 경제 정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우파적 정의이다. 미국에서 매카시즘이 가신 이후에도 좌파 정치가 살아나지 못한 주요한 비결도 우파적 경제정의가 굳건했기 때문이다. 이걸 ‘정의 1’이라고 하자. 그리고 이런 경제 정의마저 부인하는 사이비 자유시장주의자 쓰레기들을 ‘정의 0’이라 하자.

패션지 <보그> 미국판의 10대지인 <틴보그>는 올해 ‘맑스에 관한 모든 것’과 ‘자본주의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기사를 연이어 실었다. 물론 <틴보그>는 10대에게 사회주의를 주입하려는 게 아니라 10대 독자에게서 부는 사회주의 바람에 상업적 부응을 하는 것이다. 근래 미국의 청년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부는 사회주의 바람은 ‘정의 1’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정의롭지 않다는 전제 하에 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정의를 요구한다. 이것은 ‘정의 2’라고 하자.

삼성바이오닉스의 설립과 엔론보다 훨씬 큰 규모의 회계 부정이 지난 20여년에 걸친 이재용의 삼성 승계 작업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젠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재용의 처벌은커녕 삼바의 상장 폐지조차도 논란 중이라는 사실은 한국의 경제 정의가 ‘정의 0’을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미국 젊은 세대에서 ‘정의 2’의 흐름은 미국 사회 전반에서 ‘정의 0’의 쇠락과 ‘정의 1’의 일반화를 의미한다. 한국 청년과 청소년은 ‘헬조선’을 외치지만 자본주의 극복이나 사회주의 모색보다 아직은 서로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일에 매몰되는 듯하다.

그들이 시스템을 저주하면서도 시스템의 바닥을 맴도는 데는 386리버럴(자본주의 지배계급이 된 옛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반감과 학습 효과 등 몇가지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사정이나 상황도 결국 ‘현실 자체’를 완전히 은폐할 순 없다는 건 역사의 법칙이다. 미국에서 바람도 2008년 월가발 공황과 점령 시위, 대선에서 샌더스의 약진 등 10여 년의 경과였다. 누구도 그 10년을 예상하지 못했다. 반전은 멀지 않은 셈이다. 기여할 구석이 있는 사람은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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