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1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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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불패는 남원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풍물굿패다. 풍물굿은 다른 민속연희들과 함께 진보적 인텔리들에 의해서 ‘민족적이고 민중적인 예술’로 채택되었다가 80년대 후반 ‘러시아적인 예술’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90년대 들어 인텔리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버려졌다. 내 또래 근처로 운동 좀 했다는 사람치고 풍물 좀 안 해 본 사람이 드물고, 여전히 풍물 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남도불패는 참 별스런 패거리인 셈이다. 그들은 이런저런 노동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며 오리정(춘향과 몽룡이 애절하게 이별한) 부근 그들의 근거지에 모여 쉼 없이 공부하고 또 연습한다. 지난 주말, 눈동자에 화폐의 무늬가 새겨진 인간들을 잠시라도 떠나고 싶어 그들에게 갔다. 그들과 소리하고 춤추고 연주하는 그들의 동무들과 나, 도합 열명이 밤새 놀았다. 돌아가며 즉흥 공연을 벌이고 그들 가운데 둘은 별렀던 약혼식을 치렀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흔쾌한 밤이었다. 그들과 놀던 소리가 아직 귓전에 생생하다. 화폐의 자리를 사람이 채우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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