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4 12:47
개인이든 사회든 꼭 한번은 치르고 넘어가야만 하는 일이 있다. 우회하거나 생략할 방법은 없다. 한국 사회의 경우엔 반공세력의 청산, 즉 우파의 정상화가 그것이다. 반공세력이 지배계급의 최상위 부분을 점하고 멀쩡한 우파 행세를 하는 동안 한국 사회는 이념적으로 뒤틀리고 마비된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촛불 이후 한국 사회는 바로 그 일을 치러왔다. 이번 선거로 일단 큰 매듭은 지어짐 셈이다. 그 일을 치르느라, 즉 반공 세력의 청산에 사회 성원의 에너지가 총집중하면서 자유주의 세력은 스스로 한 일도 없이(애초에 박근혜 탄핵조차 반대하거나 회의적이었던 가소로운 자들) 정권 회복과 정치적 패권 확보 등 막대한 수혜를 얻었다. 총집중은 또한 진보정치나 좌파운동을 급격히 주변화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최종적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한번은 치르고 넘어가야만 하는 과정일 뿐이다. 자유주의 세력은 우파 행세하던 반공 세력이 힘을 잃음으로써 우파로서 정체를 더는 감출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그들이 ‘최악보다 나은’이라는 이름의 안전가옥에서 걸어나오게 되었다는 것, 제 가치를 평가받게 되었다는 의미다. 알다시피 그들은 정치적 허울은 반공세력과 다르지만, 인민의 구체적 현실과 관련한 경제 부문, 특히 노동 부문에선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 사실들이 인민 대중에게 새삼 확인되면서 한국 사회의 이념 구도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비로소 실제 세계와 접속하고 진보정치와 좌파운동의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는 적폐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해 토론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속도와 단기적 추이를 속단할 순 없다. 그러나 역사의 그래프는 크고 깊은 곡선을 그리며, 새로운 방향이 만들어지기도 어렵지만 일단 만들어진 방향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프는 새로운 방향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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