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07 16:45
(내가 가진 얼마간의 좌파 성향과 상관없이 얘기하자면)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성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여러 다른 의견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선의 사회적 합의를 얻는다. 그런 지리한 과정은 좌든 우든 좀더 ‘능률적인’ 사회 시스템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답답함을 주지만, 개인의 개성과 사회 정의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그 신문은 다양성에 반대한다. 그 신문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테러한다.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대사는 그 신문의 정수다. 이장희나 최장집을 빨갱이로 몰기 위해 그 신문이 저지른 사실 왜곡의 수준은 우리의 이성을 강간한다. 그 신문은 사회적 합의에 반대한다. 그 신문은 전쟁이 나자 국민을 버리고 도주했고 결국엔 중학생까지 가세한 저항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를 이 나라의 아버지라 일컫는다. 그 신문은, 일제 식민지 시절 바로 그 일본군 헌병이었고 해방공간에서는 사회주의자였다가 동료들을 밀고하는 대가로 살아남아 쿠테타로 대통령이 된 후에는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 하나로 제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려 든 또 다른 독재자를 민족의 신으로 추앙한다. 지난 50년을 통틀어 그 신문이 지지해온 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파괴자들이다.

서글픈 일은 그 신문이 이 나라에서 300만 부(그 신문의 주장대로라면)나 팔린다는 사실이다. 300만 부가 팔린다는 얘긴 천만 명 이상 읽는다는 뜻이며 천만 명 이상 읽는다는 얘긴 그 신문이 이 나라의 정신을 대체로 지배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근대적 외관과 봉건적 정신’(빌어먹을 박정희의 위대한 업적인) 속에 살아가는 이 나라 사람들이 그 신문을 즐겨 보는 일이 되레 당연하다 싶다. 언뜻 보기에 그 신문의 정치 사회면은 <동아>나 <한국> 같은 보수신문과 다를 바 없고 그 신문의 문화면은 <한겨레> 만큼이나 진보적이다. 전체적으로 그 신문은 한국에서 발행되는 어떤 신문보다 볼 게 많고 재미있다.

문제는 그 신문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만만치 않은(적어도 나 같은 건달보다는 훨씬 훌륭해 보이는) 지적 능력을 가진 지식인들이 그 신문이 다른 보수신문들과 다른 게 무어냐, 반문할 때 맥이 풀린다. 나는 차라리 이 나라의 전근대적인 교육 시스템을 원망한다. 그들은 또 말한다. 어떤 신문이든 글만 바르면 되는 일 아닌가. 나는 이런 순진한 사람들에게 <월간조선>과 그 신문의 문화면을 찬찬히 비교해 보기를 권한다. 그 둘 사이의 믿기 힘든 간격이야말로 ‘<조선일보>라는 극우조직’의 운영 원리다.

그 신문의 정치 사회면이 평소 다른 보수신문과 다를 바 없는 얼굴을 하다가 먹이가 나타났을 때만 기동한다면 <월간조선>은 ‘<조선일보>라는 극우 조직’의 별동대로서 상시적인 전투를 수행한다. <월간조선>은 ‘<조선일보>라는 극우조직’의 정신이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심지어 사무라이 정신과 몽골기마민족론 따위의 위험천만한 파시즘 맨털리티로 무장되어 있다. 그에 반해 그 신문의 문화면은 ‘<조선일보>라는 극우조직’을 중화하는 임무를 띤다. 문화와 학술로 포장된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담론들은 그 신문에 어떤 위협도 주지 않지만, 수많은 좌파나 자유주의 성향의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기고하는 신문은 그저 건전한 보수 신문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신문의 소품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 지식인들이, 오늘날 근대성을 가진 나라라면 지식인이 극우 신문에 기고하는 일만으로도 사회적 스캔들이 된다는 상식쯤은 갖길 바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 신문이 극우신문이라는 의견이 아직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현실을 인정한다. 게다가 그 신문에 출연하는 이들 가운데는 머지 않아 나의 미더운 벗이 될 사람이 여럿이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파시스트의 부역자라 게시하기보다는 지루함을 무릅쓰는 논쟁이나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믿는다. 결국 우리는 함께 외칠 것이다. "벗이여, 그 신문에 침을 뱉어라." | 씨네21 1999년_8월
1999/09/07 16:45 1999/09/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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