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10 21:18
에릭 홉스봄은 누구나 인정하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맑스주의 역사학자’지만, 나는 그의 본격적인 저작들보다 짤막한 산문들이 더욱 흥미롭다. 대역사가의 안목과 통찰이 재즈나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문화적 사건들과 조우하는 풍경은 의외로 아기자기하다. 그는 록이 재즈를 죽였다고 늘 투덜거린다. 결국 록의 팔자가 재즈보다 나을 게 없다는 걸(록은 자본과 방송에서 재즈를 압도했지만 동시에 그 정신적 죽음을 맞았다.) 알면서 재즈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무식하게’ 드러내는 그는 참 멋스럽다. 그러나 그의 모든 것을 꿰뚫는 건 세계의 진보에 대한 굴하지 않는 신념이다.

“공산주의를 비롯해서 대의를 주장하는 모든 이데올로기가 갖는 최악의 문제는, 너무나 고결한 나머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의 희생까지도 정당하게 여기는 것이라는 자유주의자들의 지적은 그르지 않다. 또한 세상에 대해 적당한 기대감을 갖는 사람만이 끔찍한 해악을 자신과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르지 않다. 그러나 나는 원대한 희망과 절대적인 열정이 없다면 인간이 인간 본래의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비록 그런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말이다.” (1999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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