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1 17:40
모든 지배체제의 중요한 숙제는 피지배 계급을 분할하는 것이다. 경상도와 전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종 젠더 등 정체성으로 분할하여 서로 반목하고 적대하게 한다. 이른바 ‘분할 지배 전략’이다. 그런데 분할 지배 전략은 지배 세력 자신을 분할하는 방식도 포함한다. 피지배 계급으로 하여금 지배 계급의 일부를 보수/선으로 일부를 진보/악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진보적 에너지와 가치를 지배 체제 안에 완전히 가두는, 보다 세련되고 교활한 방식이다. 김대중 정권 이후 옛 민주화운동/86 세력이 지배계급에 본격 편입되면서 매우 효과적으로 실행되어 온 방식이기도 하다.

합법, 준법은 당연히 보수적 가치이며 보수의 기본이다. 그러나 ‘엘리트 영역에서 불법, 탈법이 판친다’는 여론이 강한 사회에선 합법, 준법이 특별한 게 되고 심지어 진보적 가치처럼 여겨지는 현상이 생겨난다. 그리고 법이란 언제나 현재의 지배계급과 기득권세력에 유리한 속성을 갖는다는 생각, 현재의 법 자체에 질문하며 넘어서려는 태도가 갈수록 사라지게 된다. 강고한 체제 안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불법, 탈법’도 ‘엘리트 영역에서 불법, 탈법이 판친다는 선전’도 모두 엘리트 영역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의심해야 한다.

홍종학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합법적인데 왜 문제냐’ 말했다. ‘합법적이지만 도덕적이지 않다’는 대응은 지극히 보수적인 것이다. 진보적 가치는 이렇게 말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바로 그래서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2017/11/01 17:40 2017/11/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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