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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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은 1952년에 펴낸 브레송의 사진집 제목이자 브레송의 사진 세계를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브레송은 대상의 기하학적 구도의 면에서, 그 대상에 담긴 진실의 면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잡는 걸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알려진 대로, 브레송은 스스로 “내 눈의 연장”이라 부르던 라이카 소형카메라만을 사용했고 일체의 연출이나 트리밍을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 플래시도 사용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세계를 담아 넣으려는 욕심보다는 세계를 카메라로 포착하려는 그의 담백한 태도는, 온갖 첨단 장비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프로 사진가들과 카메라보다 포토샵을 더 중요한 장비로 여기는 만인의 사진가들로 넘쳐나는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모든 거장의 말년은 시든 재능을 옛 명성으로 포장하며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브레송은 70년대 중반 이후엔 사진은 접고 데생에만 전념했다. 셔텨만 누르면 ‘거장의 작품’이 되는 시절이 오자 스스로 셔터 누르기를 그만 둔 셈이다. (그러나 그의 데생은 그의 재능이 시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내가 브레송을 주문하던 바로 그날, 브레송이 세상을 떠났다는 걸 오늘 알았다. 결정적 순간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2004/08/06 12:19 2004/08/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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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브레송

    Tracked from 꿈쟁이들의 꿍꿍이 2004/08/07 01:04  삭제

    군에 가기전 집에서 한창 놀던 시절, fm2 하나 어깨에 매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이란걸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브레송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 됐고, 절판된 그 사람의 사진집을 구하기 위

  2. Subject: 브레송...

    Tracked from 신문팔이소년의 보급소 2004/08/07 02:36  삭제

    그가 세상을 떠났단 말인가? 아직 '결정적인 순간'인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사진을 취미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의 사진집을 진지하게 들여다 본 적도 없는데... 뭐, 살아있을때 그를 자세히 ?

  3. Subject: 사진 혹은 생각나눔

    Tracked from 서진 2004/08/14 01:33  삭제

    오랜만에 김규항의 블로그에 놀러갔더니 그 새 글이 많이 올라와있었다. 내가 너무 오랜만에 가서 그런거지도 모르지만.. 글을 읽다가 이 사진을 발견

  4. Subject: 결정적 순간

    Tracked from hellobuzby 2005/10/12 19:08  삭제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은 1952년에 펴낸 브레송의 사진집 제목이자 브레송의 사진 세계를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브레송은 대상의...

  5. Subject: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Tracked from 다만 그래야 하기 때문에 2005/12/12 00:48  삭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사진전에 갔다가 몰래 찍어온 사진이다. 이런 사진들이 무슨 말을 하는건가 알 수 없었다. 난 그저 체게바라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시선과 그리고 당?

  6. Subject: 동생이 카메라를 빌려가다

    Tracked from HAMANGII's BLOG 2005/12/27 04:08  삭제

    아침 단잠을 깨고 일어나 동생에게 카메라를 빌려주러 나갔다 사진에 그다지 관심 없던놈인데, 아니 사진에 관심 있던걸 아예 본적이 없는 놈이었다 그래도 여행 간다고 내 카메라를 빌려갔다

  7. Subject: 결정적 순간...

    Tracked from Empathy 2007/11/21 12:27  삭제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은 1952년에 펴낸 브레송의 사진집 제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