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1 17:33
사람이 옛 이야기를 할 때 자칫 추해지기 쉬운 건 현재의 삶에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의 옛 저항 투쟁담이 특히 그렇다. 86은 과연 민주화의 주역인가.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더 중요하게 86은 군사독재를 자본독재로 만든 주역이고 그 덕에 축조된 10:90의 헬조선에서 10의 양반 계급으로 살고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지만, 한국 사회 돌아가는 꼴을 보면 86은 젊어 한때 헌신으로 3대가 흥할 조짐이다.

86의 투쟁담은 사실 교묘하게 편집되어 있다. 80년대 후반 즈음 86은 늙은 재야인사들처럼 단지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한 게 아니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공장에 들어가고 노동자와 연대한 건 아니었다는 말이다. 86은 변혁운동을 했고 대개의 86은 6월 항쟁의 의미보다 같은해 7~9월 노동자 대투쟁의 의미가 오히려 더 컸다. 이제 86은 그런 사실들은 쏙 빼고는 줄창 6월 이야기만 한다.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오늘의 노동자들에게서 자신을 분리하며, 다시 만개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주인공 행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무작정 죄악시한다고 볼맨 소리 할 건 없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기득권 자체가 아니라 기득권이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과 방향이며, 적어도 86의 주류는 그게 글러먹었다는 것이다. 6월항쟁 30주년. 소중한 추억은 가슴 한켠에 두고 현재 시점에서 민주주의, 인민이 지배하는 사회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는 게 86의 도리다.
2017/06/11 17:33 2017/06/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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