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0 07:51
지난 열흘 여 문재인 정권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극우파와 사이비 우파만 설쳐대던 나라에서 문재인 정권은 제대로 된 우파가 갖는 미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우파라면 저 정도는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행보가 성공적으로 지속되길 빌며 함께 기억할 것 두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문재인 정권의 행보는 전적으로 '기존 체제의 정상화'라는 우파의 역할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은 우파 정권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본질은 기간제 교사 제도 자체다. 이걸 건드리는 건 체제의 정상화가 아니라 변혁의 영역, 즉 좌파의 역할 영역에 속한다. 광주항쟁의 정신을 촛불광장과 잇는 대통령의 연설은 훌륭한 것이었다. 그러나 거기엔 빠진 게 있다. 광주항쟁엔 수습파의 정신과 항쟁파의 정신이 있다. 후자의 비현실적이고 승산없는 전투와 마지막 새벽의 절멸엔 근본적인 변혁 의지와 이상주의가 담겨 있다. 그것은 오늘 평화로운 촛불광장보다는 그 광장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혹은 눈감은 변방의 싸움들에 이어져 있다.

둘째. 문재인 정권이 더욱 환호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기존 상황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권에서나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는 '강남 좌파'에겐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머지 않아 다수 인민의 삶과 관련한 좀더 본질적인 문제들과 대면하게 될 것이고 비판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게 좌파적 기대를 하는 게 오해이듯 좌파적 기준으로 비판하는 것도 오류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정권은 정권 스스로나, 그 정권에 환호하다 실망으로 돌아선 상당수의 사람들이나 '진보 정권'이라는 좌우 역할 영역이 모호한 정체성 기준을 갖고 있었던 게 혼란과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 부풀려서도 뒤집어씌워서도 안된다.

전적인 환호는 전적인 실망으로 귀결되기 쉽다. 한국 시민들의 고질적 습성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우파 정권의 미덕은 그대로 인정하되, 우파의 역할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좌파의 성장으로만 가능한 변화가 절실하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는 '좌우 분간'이 필요하다.
2017/05/20 07:51 2017/05/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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