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1 07:56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세력에 당연히 분노와 혐오가 일지만, 그 반대 세력에도 얼마간 쓴웃음이 나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여년 간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은 보수 자유주의 정권이든 진보 자유주의 정권이든 상대편 배제/우리편 챙기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 지원 시스템과 이런저런 이권들이 386의 든든한 보급 창고 구실을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서로 만들었든 머리 속에 담았든 블랙리스트는 언제나 존재했던 셈이다.

인상적인 대목은 두 세력이 그런 작태를 매우 진지하게 정당화해왔다는 사실이다. 보수 자유주의 세력이 '종북 좌익세력에게 혈세를 지원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면, 진보 자유주의 세력은 '수구 꼴통에게 혈세를 지원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에서 둘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냉소는 그다지 유익할 게 없다. 중요한 건 현재 한국 정치권은 내편 네편을 넘어서는 사회 윤리의 기본 틀조차 없는 세계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단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총체적 파괴성의 문제다.

예컨대 조윤선 씨는 절대 반성하지 않을 터인데, 그의 인격과 무관하게 반성을 할 윤리적 틀이 정치권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껏해야 제 불운을 탓하거나 증거를 남긴 걸 깊이 후회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정치권의 누구도 그걸 비난하기 어렵다(그러나 많이들 비난한다, 역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권교체로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다. 정권 교체는 단지 바통 터치 수준으로 끝날수도, 작더라도 의미있는 변화로 이어질수도 있다. 전적으로 시민의 비판과 견제 능력에 달려 있다. 유례없이 까칠하고 야무진 시민들을 상상한다.
2017/02/01 07:56 2017/02/0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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