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에게 그의 의지와 욕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일체의 노력이 폭력이다. 물리적 폭력은 폭력의 한 형태일 뿐이다. 정신적, 심리적 폭력도 있고 사회적, 정치적 폭력도 있고 우리가 주목하지 않거나 미처 인지하지 못한 또 다른 형태의 폭력들이 있다.
2. 폭력은 그 형태만으로 폭력성의 경중이나 윤리적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이를테면 흔히 신체적 폭력보다는 언어적 폭력이 덜 폭력적이고 더 인간적이라 생각하지만, 언어적 폭력이 신체적 폭력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말로도 얼마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
3. 모든 지배가 폭력이듯 모든 저항도 폭력이다. 비폭력 저항 역시 '물리적 폭력을 배제한' 폭력 저항이다. 150만 명이 광장에 모여 소리치거나 96퍼센트가 반대 의사를 보임으로써 박근혜로 하여금 하기 싫은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면, 우리는 박근혜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4. 근대 이후 지배계급은 '폭력인가 비폭력인가'라는 가짜 논란을 저항 세력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폭력인가 비폭력인가가 아니라 '어떤 폭력'인가다. 지금까지 선택한 폭력이 겉치레 사과와 허튼수작만을 낳았다면, 우리는 당연히 '다른 폭력'을 고민해야 한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