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5 19:36
김수영이 시 <거대한 뿌리>에서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고 노래한 건, 단지 전통이 '우리 것'이라서거나 '보존해야할 것'이라서가 아니다. 인간의 삶의 본질은 문화이며 문화를 만들고 이루는 근간은 전시대의 문화라는 사실을 말한 것이다. 전통이나 민속 문화에 대한 선호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건 물론이다. 지방자치제가 신자유주의와 결합하면서 지역에 뿌리 둔 문화와 문화적 상황들이 시장주의 가치로 재편되어온 지 오래다. 지자체장이 문화적 양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엔 그나마 억지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고대유적을 무차별 파괴하는 탈레반과 다를 바 없는 문화적 참상이 일어나곤 한다. 통영시는 5월 30일 소반장 인간문화재 추용호 장인 공방의 철거 집행에 들어갔다. 통영시는 ‘정히 철거할 수밖에 없다면 새공방을 마련해주거나 현재 공방 건물을 해체해 다른 곳에 옮겨달라’는 장인의 요청을, 오히려 철거를 집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든다. 그런 요청을 들어주라고 시장도 뽑고 세금으로 공무원 월급도 주는 건데 말이다. 모든 게 시장주의에 찌든 세상이지만, 문화엔 문화원리가 있음을 아예 잊을 때 우리는 누구나 탈레반이 된다.

석면이 들어간 스레트 지붕 때문에 환경관련 문제로 한나절이면 충분할 철거 작업이 한달 가량 지연되었다. 남은 3주 동안 반대 여론이 많아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천만다행이랄까. 그러나 이번엔 우리의 문화적 양식이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
2016/06/05 19:36 2016/06/0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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