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7 10:43
민족의식은 분명 근대 사회의 산물이지만 유대인들 경우엔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민족이라는 제 신화에 근거한 선민의식으로 뭉쳐있었다. 로마제국도 유대 통치에 골이 아팠던 게 이 보잘것 없는 인간들이 제국의 위세에 기가 죽기는커녕 도리어 '열등한 이방인'이라 얕보는 황당한 태도 때문이었다. 유대인들에게 해방이란 전적으로 민족적인 것, 이방인의 지배를 물리치고 신정 정치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광야에서 금욕 생활을 하든, 칼을 품고다니며 테러를 하든, 체제 안에서 개혁운동을 하든 방법과 노선을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오로지 한 사람 예수만 다른 관점을 보였다. 그는 그런 식의 해방에 매우 냉소적이었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곤 했다. 예수의 관심은 유대 민족 전체가 아니라 가난하고 죄인 취급받는 사람들에 있었고 그가 설파한 하느님 나라는 바로 그들이 인간적 위엄을 회복한 세상이었다. 그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지배자가 이방인인가 동족인가는 예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예수는 로마제국과 이런저런 독립운동 세력에게 공동의 적이 되었다. 예수의 관점과 숙명적 고독은 오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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