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7 00:00


몇몇 좌파들이 격하게 비판하기에 읽어봤는데 나로선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근래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관련한 '아저씨들' 글과 달리 기름기가 쏙 빠진 느낌의 글이다. 좌파/사회주의 운동은 자본과 노동자라는 적대적 계급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자유주의자들은 노동이 변하고 계급 양상도 변했다고 주장하지만 하지만 그런 기본 구조가 변한 건 아니다. 그러나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등 소수자 운동은 자본주의 계급구조에 남성/여성, 이성애자/성소수자, 성인/청소년이라는 또 다른 계급구조가 결합된 운동이다. 그래서 노동운동처럼 자본주의 계급구조에 집중하는 운동의 맥락으로 소수자 운동의 모든 걸 치환해선 안 된다. 공현 씨가 청소년운동가로서 두 계급 구조를 어떻게 배분하는가는 전적으로 공현 씨의 몫이다. 만일 누군가가 ‘공현에게 기대하는’ 임의의 배분치를 전제로 공현을 비판한다면 매우 생뚱맞은 상황이 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자본주의 계급구조에 집중하는 누군가가 공현 씨에게 ‘좌파가 그렇게 말해서야 되겠느냐’ ‘사회주의자가 그렇게 말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한다면, 공현 씨가 할 수 있는 말은 단지 ‘난 좌파로서 사회주의자로서 말한 게 아니다’ 외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런 비판이 안그래도 궁지에 몰린 전교조에 대한 여론을 더 악화시킨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관념적인 것이다. 전교조는 합법화 이후, 혹은 신자유주의 이후 노동운동으로서도 교육운동으로서도 꾸준히 자유주의화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전교조가 서민 대중의 신망을 잃고 궁지에 몰렸다면 그 주요한 원인은 극우세력의 공격과 매도 이전에, 서민 대중(혹은 서민 대중 부모와 학생)의 삶에 닿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전교조뿐 아니라 민주노총의 주력인 정규직 노동운동의 일반적인 문제(중산층화/자유주의화)이기도 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공격이 살아있던 전교조의 급진성을 죽였는지, 오히려 이미 스스로 죽은 전교조의 급진성을 살아있는 것처럼 포장해주진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 전교조에게 중요한 건 전교조를 둘러싼 상황 이전에, 전교조 스스로 급진성을 회복하는 것, 다시 말해서 서민 대중(혹은 서민 대중 부모와 학생)의 삶과 교육현실에 닿는 것이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위한 비판과 법외노조화 반대를 전제로 한 비판은 전혀 다르다. 법외노조화 반대를 전제로 한 비판이 지금 당장은 전교조에 해로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걸 자제하거나 금하는 건 전교조를 보위하는 게 아니라 결국 전교조를 제대로 망하게 하는 길이다. 당파성만 분명하다면 넓고 긴 안목이 필요하다.

2014/07/17 00:00 201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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