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8 12:43
며칠 전, 문 앞 계단에 묶어 둔 김건의 자전거를 누가 가져갔다. 이 아파트는 경비업체가 상주하는 데다 1층 현관문이 카드식이라 외부인 출입이 어렵다. 자연히 옆집을 출입하는 아이들 중 하나일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옆집 부부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는데 밤늦게까지 수십 명의 아이들이 드나든다.

자전거를 묶어둔 곳은 아이들이 출입하며 하드도 까먹고 컵라면도 먹고 하는 곳이다. 관리실에 물어보니 자전거라면 1층 현관에 달린 카메라를 피할 수가 없다고 한다. 넉넉잡아 하루치 테입만 돌려보면 자전거를 가져간 게 누군지 알아낼 수 있다.

김건과 대화했다. “건이 자전거 누가 가져갔을까?” “어떤 형이.” “왜 가져갔을까?”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집이 가난해서 자전거 살 수 없으니까.” “잡아야겠지?” “응.” “잡아서 혼내줄까?” “아니.” “잡아야 한다며.” “혼내주진 말고 그냥 자전거는 돌려받고 싶어.”

아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다시 사주긴 어렵다”고 말했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이제 막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가장 근사한 물건이다)의 세계에 빠져든 아이의 실망이 오죽하랴. 그런데 테입을 확인하러 가는 게 내키지가 않아 차일피일이다. 돌려받으면 다시 한 아이가 다시 자전거를 잃게 되니...
2004/06/18 12:43 2004/06/1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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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펌] 자전거 도둑 (김규항)

    Tracked from 버스 정류장 2004/06/18 13:49  삭제

     

  2. Subject: 자전거

    Tracked from 소박한 정원 2004/06/18 14:08  삭제

    GYUHANG.NET: 자전거 도둑 규항넷을 읽다가 발견한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가장 근사한 물건이다'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누구나 한번쯤 잃어버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자전거의 천국이라

  3. Subject: 자전거 도둑

    Tracked from anything_box 2004/06/18 15:18  삭제

      정확히는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동생과 내가 둘다 초등학생이였을때... 둘이 분식을 먹으러 분식집에 들어가면서 자전거를 분식집 밖에

  4. Subject: ...

    Tracked from ... 전갈의 심장 언저리, 카르마. 2004/06/19 15:19  삭제

    <P align=center><FONT face=verdana><IMG src="http://perso.wanadoo.fr/art-deco.france/IMAGES/sica_lad

  5. Subject: 자전거

    Tracked from nrim.net 2004/06/20 01:49  삭제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 갔다가, 아트큐브 입구에서 본 자전거. 규항넷( http://gyuhang.net/ )에서 보았던 문장이었지...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가장 근사한 물건이다.. 라고.. 나는 작고 가벼운 접이?

  6. Subject: Gyuhang.net

    Tracked from On The Road ... 2004/06/21 15:12  삭제

    <CENTER><IMG id=userImg2546979 style="CURSOR: hand" onclick='popview("http://blogfiles.naver.net/dat

  7. Subject: bing.com

    Tracked from bing.com 2014/10/04 04:5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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