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21 21:50
몸으로 하는 일에 좀 과격한 편이다. 무슨 뚜껑 같은 걸 열다가 너무 힘을 주어 통째로 깨트린다든가, 동네 술집에서 깽판을 치는 이를 제지하려다 내동댕이친다든가, 홧김에 주먹으로 책상을 쳤는데 구멍이 난다든가 하는 사고는 내 일상의 일부다. 동네 친구들은 처음엔 당황했으나, 이젠 “무식한 김규항”이라 놀려대면서 재미있어 한다. 다른 사람을 재미있게 하는 건 좋은 일이다. 때로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는 것만 뺀다면.

일년 쯤 전 어느 날, 조중사가 인라인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한참 전부터 인라인을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는 거였다. “진작 말하지.” 나도 인라인을 시작해볼까 하던 참이었다. 다음날 인라인을 하나 구해서 조중사와 월드컵공원에 나갔다.
조중사의 간략한 강의를 듣고 천천히 인라인을 지치기 시작했다. 5분 쯤 되었을까. 저 쪽에서 어떤 이가 엉성한 자세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 친구가 왜 나한테 오는 거지?’ 조중사와 다가오는 이를 바라보는데 그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이런, 저 오늘 처음 타는 건데요.” “그럴 리가요. 저는 일주일이나 탔는데...” “거 참... 조중사, 자네가 좀 가르쳐 드리지.”
겸연쩍어 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재능이 있는 거야.’ 나는 주말 쯤 아이들 앞에 ‘인라인께나 타는 아빠’로 등장하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아침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선 나는 일산 호수공원에 갔다. 호수공원을 이리저리 돌았다. ‘역시 재능이 있어.’라고 되내이며 말이다. 나는 나를 인라인 중급자로 임명했다.
가다보니 꽤 경사가 진 내리막을 만났다. 나는 그대로 다운힐했다. 중급자답게 말이다. 가속이 충분히 붙고서야 나는 문제가 생겼음을 알았다. 정지 방법을 배우지 않은 것이다. 1, 2초면 충돌할 상황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넘어졌다.
그로부터 석 달 동안 왼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몸은 180도 돌아갔는데 왼쪽 인라인 바퀴가 바닥의 홈에 끼어서 왼쪽 발은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침을 놓고 부항을 뜨던 한의사가 나를 한심하다는 얼굴로 내려다보며 그랬다. “무릎은 중요한 신체 부위입니다.”
2004/04/21 21:50 2004/04/21 21:50

트랙백 주소 :: http://gyuhang.net/trackback/218

  1. Subject: 무식한 김규항

    Tracked from 04. 04. 05. 2004/11/11 13:01  삭제

    <a target='_blank' class='con_link' href="http://gyuhang.net/archives/2004/04/21@09:50PM.html" rel="nofollow"><

  2. Subject: travailler chez soit

    Tracked from travailler chez soit 2014/06/13 01:11  삭제

    GYUHANG.NET ::

  3. Subject: orlando home inspection

    Tracked from orlando home inspection 2014/06/19 22:25  삭제

    GYUHANG.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