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20 09:46
(동화작가 박기범 님이 노동과세계에 쓴 글입니다.)


살람 아저씨가 편지를 보내었습니다. 다행히 살람 아저씨와 그 식구는 무사하대요. 하지만 살람 아저씨의 친척 가운데 셋이 팔루자에서 미군의 폭격에 죽었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한다면서 그저 신에게 평온을 바라며 기도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살람 아저씨는 편지를 마치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한국의 모든 친구들에게 꼭 전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짧은 편지였지만 아저씨의 절박함이 그대로 내 몸에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금세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고, 불안한 심장이 크게 뛰는 걸 느꼈습니다.

팔루자의 끔찍한 학살

살람 아저씨의 편지 뿐 아니라 현지에서 보내져오는 소식들은 하나 같이 다급한 숨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겪고 있는 일,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합니다. 미군은 팔루자 지역 저항군에게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주민들에게 여덟 시간 안에 팔루자를 떠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미군은 팔루자를 포위한 상태였고, 팔루자를 떠난 주민들은 사막에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미군은 여기에 폭격을 해대고 있습니다. 갇혀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힘없는 여자와 아이, 노인들. 바깥에 있는 이라크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들을 도우려 다시 팔루자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고, 미군은 무차별로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700명 가까운 사람이 죽었습니다. 1500명 가까운 이들이 다쳤습니다. 여기에서 미군은 병원에도 폭탄을 떨어뜨리고, 구급차에까지 조준사격을 하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소식들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내가 요사이 이라크 소식을 볼 때마다 몸이 뜨거워지는 것처럼 느끼는 건, 그 상황이 끔찍하고 슬퍼서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가 참을 수 없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지난 2월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로 더는 어떻게 해 볼 생각을 못한 채 포기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물론 그 뒤에도 이라크에서는 날마다, 혹은 이틀에 한 번 꼴로 교전이나 테러로 죽어 가는 사람들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더는 어쩌지 못하리라는 무력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낸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전쟁 때보다 더한 참극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늦은 때란 없습니다.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합니다. 우리 군이 가게 되면 지금 미군이 하고 있는 짓과 똑같이 그곳 아낙네에게 총을 들이댈 것이고, 아이들이 뛰노는 마을에 대포를 쏠 것입니다. 아직도 재건부대가 가면 괜찮을 거라고 믿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군인이면 군인입니다. 비전투병이든 평화유지군이든 재건부대든 어떤 군대라도 이라크에 들어간 군대는 이라크 사람들을 '잠재된 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부대 둘레에서 무슨 폭발물이라도 하나가 터진다고 해 보세요. 그 때부터는 아무리 비전투병이네 평화유지군이네 해도 누구일지 모르는 테러용의자에 대한 공포로 민간인들에게 총구를 들이댈 것입니다.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곧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자라면 그게 누구든지 쏘아 죽이게 만들 것입니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은 그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말이지만, 전쟁상황에서는 그러한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집니다. 테러용의자 하나를 잡기 위해 마을 전체에 폭격을 가하고, 이상한 예감이 든다는 까닭만으로도 한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일 따위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집니다. 지금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공격도 그렇고, 애초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 자체가 그렇듯 말입니다.

파병,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 달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참 많은 이들이 훌쩍이며 울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나 끔찍하고 무서운 전쟁영화를 천만 명이나 본 나라에서 파병을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영화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땅에도 영화에 나오는 진태와 진석이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형제가 있고, 이 땅에 사는 우리처럼 고단한 노동 속에서 소박한 꿈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편지를 보내온 살람 아저씨 또한 그렇습니다.

17대 국회가 시작하면 바로 파병철회 동의안이 올라갈 것입니다. 앞으로는 국회 안팎에서 파병반대, 파병철회 목소리에 더욱 큰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막을 수 있습니다. 그 끔찍함을 안다면 꼭 막아야 합니다. 오늘 새벽에도 팔루자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폭격, 얼마나 끔찍한 살육이 있을지 모릅니다.
2004/04/20 09:46 2004/04/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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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파병 반대 파병 철회

    Tracked from Sleepiness in Chapel Hill 2004/04/20 12:43  삭제

    <DIV class=title><FONT color=#ff3399 size=2>김규항의 블로그에서 퍼오다. </FONT></DIV> <DIV class=title><FONT co

  2. Subject: 살람의 편지2

    Tracked from oasisinu님의 블로그 2004/04/26 01:04  삭제

    <DIV class=title> <DIV class=title>살람의 편지 2</DIV> <DIV id=underline> (동화작가 박기범 님이 노동과세계에 쓴 글입니

  3. Subject: travail à domicile

    Tracked from travail à domicile 2014/05/31 19:5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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